사주명리학 시공명리학 운세학 육효학 육임학 구성학 상수(象數)학 추명(追命)학 수리역(易)학 개운술 귀장술 기문둔갑술 성명(性命)학 매화역수 자미두수 하락이수 토정비결 ……. 이들은 동양역학을 통한 점술과 관련되어 있다. 사람의 운명을 바꾸는 술법과도 연관되어 있다. 얼굴 손금 발금 골격 등에 따른 관상학 수상학 족상학 골상학 등의 인상(人相)학이나 별들 움직임에 따른 점성(占星)술, 뭔가의 모양새에 따른 도참(圖讖)설, 풍수지리학도 비슷한 맥락이다. 모두 불확실한 앞날에 대해 알고 싶은 인간의 본성적 욕구가 만든 방법들이다.
이 방법들 중 매우 체계적인 수단이 10개 간(干)과 12개 지(支)인 십간십이지(十干十二支)다. 단지 육십갑자 연도 계산에만 쓰이는 게 아니다. 십간은 하늘의 기운이며 12지는 땅의 형세이므로 천간지지(天干地支), 줄여서 간지(干支)다. 甲-乙-丙-丁-戊-己-庚-辛-壬-癸 10간과 子-丑-寅-卯-辰-巳-午-未-申-酉-戌-亥 12지는 따로 논할 수 없는 우주적 규모의 거대한 세트이며 유기적 시스템이다.
제대로 알려면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그야말로 나를 훌륭한 부(夫)로 만들어(工) 가는 공부(工夫)다. 책 보고 강의 듣고 검색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계룡산 들어가 도 닦듯이 10년 세월을 파고 들어도 될까말까다. 우선 10+12=22개 글자가 지닌 뜻부터 어렵다. 그 글자들로부터 왜 어찌 십신(十神), 십이지살(十二支煞)이 파생되며 천간합(天干合), 천간충(天干沖), 지장간(地藏干), 삼합(三合), 형충파해(刑沖破害), 시공간 사계도(四季圖)가 나오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이해하더라도 흡수가 안된다. 흡수하더라도 전반적 연결이 안된다. 하도 복잡해 외울 수도 없다. 용케 외워도 적용할 수 없다. 안외워서도 안된다. 다만 외워져야 한다. 더 나아가 이를 음양과 목화토금수 5행, 건태리진손감간곤 8괘 등과 엮어서 외워져야 한다. 그 정도 될 때 명리에 관한 분석(分析)과 해석(解釋)이 되어 통변(通辯)하며 점칠 수 있다. 그 수준의 점술은 미신이 아니라 역학이다. 순박(淳朴)하며 순수(純粹)하게 천지순환(循環)에 따른 인생순리(順理)를 타이르는 점이다.
필자는 태어날 때부터 거스를 수 없는 딱 정해진 숙명(宿命)을 믿지 않는다. 다만 주어지는 운명(運命)은 있으리라 여긴다. 10간12지를 통해 주어진 운명이라면 어찌 받을 것이냐가 중요하다. 길한 운명이 주어졌다면 이를 온전히 받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흉한 운명이 주어졌다면 어찌 피할 수 있을지 노력해야 한다. 예수께서도 열 처녀 비유를 통해 슬기로운 다섯 처녀와 미련한 다섯 처녀 이야기를 하셨다. 천국가는 운명은 숙명이 아니라 스스로 준비하는 노력에 달려 있음을 분명히 하셨다. 점의 의미도 그리 해석할 수 있을까? 혹시 천국으로 들어가는 좋은 점을 받았다면 잘 받을 수 있도록 그에 상응하도록 준비하며 살아야 하겠다. 비록 10간12지를 가지고 4주8자든 5주10자든 점을 치지 않더라도 …….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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