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86> 德潤身

bindol 2021. 6. 2. 10:54

- 덕 덕(-3)반지르르할 윤(水-12)몸 신(身-0)

 

다음은 3-3이다. "曾子曰: '十目所視, 十手所指, 其嚴乎!' 富潤屋, 德潤身, 心廣體胖. 故君子必誠其意."(증자왈: '십목소시, 십수소지, 기엄호!' 부윤옥, 덕윤신, 심광체반. 고군자필성기의)

"증자는 '열 개의 눈이 보고 열 개의 손이 가리키니, 참으로 무섭구나!'라고 말했다. 가멸은 집을 반지르르하게 하고, 덕은 몸을 함치르르하게 하며, 마음이 넓어지면 몸이 확 펴진다. 그러므로 군자는 반드시 제 뜻을 성스럽게 한다."

曾子(증자)는 공자의 제자로, 이름이 參(삼)이며, 자는 子輿(자여)다. 嚴(엄)은 위엄이 있어 두렵다는 뜻이다. 富(부)는 재물이 많고 넉넉하다, 가멸다는 뜻이다. 潤(윤)은 물기를 머금어 반지르르하다, 함치르르하다는 뜻이다. 廣(광)은 넓어지다는 뜻이다. 胖(반)은 크다, 살지다는 뜻이다.

여기서는 증자의 말을 끌어와서 愼獨(신독)이나 誠意(성의)의 효과에 대해 말하고 있다. 신독이나 성의는 결코 쉽지 않은 공부다. 그래서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억지로 자신을 다그쳐서 잡도리하며 시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렇게만 해서는 오래갈 수가 없다. 지속할 수가 없다. 너무도 힘이 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느 정도 해서는 쉽사리 그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또 이 길로 가는 이가 드문데다가 알아주는 이도 적으므로 스스로 의문이나 회의가 들어 주저앉기가 쉽다. 이를 잘 알았던 공자이기에 힘겨워하며 걱정하던 제자들에게 '德不孤, 必有隣'(덕불고, 필유린) 곧 "덕이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않으니, 반드시 함께하는 이가 있다"고 말하며 다독였던 것이리라.

그러나 공부를 시작했다면 제 마음과 몸에서 그런 효과가 저절로 날 때까지 해야 한다. 한낱 소인으로 떨어지고 싶지 않다면, 소인으로 살다가 곤욕을 치르고 싶지 않다면, 나아가 어디에서나 떳떳하게 행세하며 살고 싶다면, 참고 견디며 나아가야 한다. 높은 자리에 오르고 널리 명성을 떨치고자 한다면, 더욱더 그러하다.

군주든 신하든 백성을 다스리는 위치에 있다는 것은 곧 뭇 사람의 이목이 집중되는 자리에 있다는 뜻이다. 공적인 일을 맡아서 하므로 모든 사람은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이 어디에서나 그들의 말을 듣고 언제든 그들의 행위를 보게 된다.

아무리 세인들의 이목을 끌지 않으려고 해도 끌지 않을 수 없고, 口舌(구설)에 오르지 않으려 해도 오르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이들의 눈과 귀에 포착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증자가 "열 개의 눈이 보고 열 개의 손이 가리키니, 참으로 무섭구나!"라고 말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