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을 동(口-3)침상 상(广-4)다를 이(田-6)꿈꿀 몽(夕-11)
관연은 자신이 문객들을 나름대로 잘 대접하고 있었다고 여겼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 자신이 절박한 상황에 처했을 때, 이들 문객의 역량과 능력을 통해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그러나 딱하게도 그는 문객들을 잘 알고 아낀 인물이 아니었다. 그게 전수의 말에서 여실하게 드러나 있다.
관연은 그 자신이 군자인 줄로 잘못 알고 있었다. 나름대로 군자로서 행동하려 했고 또 그런 평판을 얻으려 무척 애를 쓰기는 했다. 그러했기에 문객들이 그에게 모였던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참으로 군자의 마음가짐과 몸가짐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선비를 알아보고 대접할 줄 아는 식견이나 도량이 모자란 인물이었다. 군자로서 행세하고 선비들로부터 그런 대접을 받고자 한 소인배에 지나지 않았다. 문객들은 그의 평소 언행을 보고 겪으면서 비로소 알았다. 그래서 관연이 위태로운 처지에 놓였을 때, 선뜻 나서지 않은 것이다.
어쨌든 스스로 돌아볼 줄 모르면서 겉으로 치장하기만 하면 군자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여긴 인물이 관연이다. 그는 자신을 위해 아무도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허물을 전혀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선비들을 꾸짖었으니, 참으로 깊은 白日夢(백일몽)에 빠져 있었다 하리라.
한편, 관연을 떠나지 않고 여전히 그 집에 머물러 있었던 문객들도 뛰어나다고 하기는 어렵다. 아니, 대부분 문객은 관연처럼 소인에 지나지 않았다. 평소에는 양식을 축내며 제대로 대접해주지 않는다고 불평이나 일삼다가 정작 주인이 도움을 청할 때는 默默不答(묵묵부답)을 능사로 하는, 束手無策(속수무책)인 소인에 지나지 않았다. 관연이 평소에 한 행실 때문에 문객들도 똑같이 되갚는 것이라고만 말해서는 안 된다.
그들 문객이 바란 것이 무엇인가? 자신이 대단한 역량을 지닌 선비임을 부각시켜 관연의 추천을 받아 관직에 나아가고자 한 이들 아닌가? 그 기회를 얻기 위해 푸대접을 받으면서도 버티고 있었던 것 아닌가? 비록 전수가 말한 것처럼 처첩보다 또 거위나 오리보다 못한 대접을 받았다 할지라도 대접받은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정작 관연이 위태로울 때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고 있으니, 어찌 참된 선비라 할 수 있겠는가. 군자라면 한 그릇 밥을 대접받더라도 대접받은 것으로 여겨야 마땅하다. 만약 상대의 대접이 마뜩잖게 여겨졌다면, 냉큼 떠났어야 옳다. 한마디로 관연과 문객들은 같은 소인이면서 同床異夢(동상이몽)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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