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85> 君子小人之分

bindol 2021. 6. 2. 10:53

- 임금 군(口-4)아들 자(子-0)작을 소(小-0)사람 인(人-0)갈 지(丿-3)달리할 분(刀-2)

 

육상 선수가 늘 100m나 200m 단거리를 중심으로 달리는 훈련을 했다면, 경기에서도 단거리에 나서는 게 맞다. 단거리든 장거리든 달리기는 다를 게 없다고 여겨 갑자기 욕심을 내서 5000m나 1만m 장거리 경주에 나선다면, 반드시 망신을 당할 것이다. 그것은 단거리와 장거리의 달리기 방식이 다르고 평소에 훈련하는 법도 다르기 때문이다.

단거리 선수는 평소에 단거리에 적합한 훈련법을 몸에 익혔다. 아무리 의욕이 앞서고 자신만만하더라도 갑자기 장거리 선수처럼 달릴 수는 없다. 한낱 달리기에서도 단거리냐 장거리냐가 이토록 차이가 큰데, 하물며 소인과 군자의 차이에서는 어떠하겠는가? 홀로 있을 때 또는 평소에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소인이던 사람이 갑자기 군자처럼 행세하려고 한들, 과연 군자로 보이겠는가?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누구나 군자를 가까이하고 싶어 한다. 그 자신이 소인이라도 말이다. 아니, 어쩌면 소인이기 때문에 더욱 군자를 가까이하고 싶어 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게 바란다고 해서 될 일인가? 類類相從(유유상종)인데. 실제로 소인은 소인을 만나 가까이할 때 가장 자연스럽다. 설령 군자를 사귀고 싶어 안달하여 군자를 만나더라도 군자가 그를 가까이하지 않으며, 군자가 잠깐이나마 가까이하더라도 전혀 어우러지지 못하고 스스로 어색하게 느끼며 결국 떠나버린다.속내가 다르고 몸가짐도 다르기 때문이다. 군자든 소인이든 다 사람인데 무슨 대단한 차이가 있겠는가 하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물론 얼핏 보아서는 그다지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찬찬히 살펴보면, 군자와 소인은 달라도 아주 다르다. '순자' '不苟(불구)'에서는 '君子小人之分(군자소인지분)'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군자는 능력이 있어도 좋고 능력이 없어도 좋으나, 소인은 능력이 있어도 추하고 능력이 없어도 추하다. 군자는 능력이 있으면 너그러움과 곧음으로써 사람들을 열어주고 이끌며, 능력이 없으면 깍듯하고 삼가며 자신을 굽혀 두려운 마음으로 사람들을 섬긴다.

그러나 소인은 능력이 있으면 거들먹거리고 그릇된 짓을 일삼으면서 사람들에게 교만하게 굴고, 능력이 없으면 시기하고 원망하며 함부로 비방하여 사람들을 망치려 한다. 그러므로 '군자에게 능력이 있으면 사람들은 기꺼이 그에게 배우고, 능력이 없으면 사람들은 즐거이 그에게 일러준다. 그러나 소인에게 능력이 있으면 사람들은 그가 배운 것을 천하게 여기고, 능력이 없으면 그에게 일러주는 것을 부끄럽게 여긴다'라고 말한다. 이것이 군자와 소인의 차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