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우는 소리 면(糹-9)오랑캐 만(虫-19)
'상서' <우공>의 이어지는 글은 이렇다.
"또 그 밖으로 500리의 땅은 侯服(후복)이다. 첫 백 리 안은 卿大夫(경대부)의 식읍이고, 둘째 백 리 안은 남작의 봉읍이며, 나머지 3백 리는 제후들의 땅이다.
또 그 밖으로 500리의 땅은 綏服(수복)이다. 첫 3백 리 안은 문화를 가르쳐 교화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나머지 2백 리는 무력을 떨쳐 나라를 지킨다.
또 그 밖으로 500리의 땅은 要服(요복)이다. 첫 3백 리 안은 夷族(이족)이 살고, 나머지 2백 리는 가벼운 죄를 지은 자를 보내는 곳이다.
또 그 밖으로 500리의 땅은 荒服(황복)이다. 첫 3백 리 안은 蠻族(만족)이 살고, 나머지 2백 리는 중죄인을 보내는 곳이다."
위의 글을 보면 사방 1500리 안은 문화로써 교화가 가능한 곳이고, 그 너머는 이족이든 만족이든 오랑캐들이 사는 곳으로 문화와는 거리가 먼 곳이다. 죄수들을 그곳으로 보내는 것도 그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관념적인 지리 인식일 뿐이고, 실제로 그러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관념적이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고 그 영향력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시경'의 시구에서는 '사방 천 리의 경기 지역'이라 한 것이 <우공>에서는 '전복'이라 하여 사방 500리로 되어 있는데, 이런 차이는 실제가 아닌 관념으로 그려냈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두 번째 시구에서 말한 내용이다. 꾀꼬리는 언덕 모퉁이에서 산다고 노래했는데, 언덕 모퉁이란 <우공>의 요복이나 황복에 해당되는 것이다. 새 우는 소리를 형용한 '緡蠻(면만)'이라는 글자를 보라. 거기에 중원에서 남쪽 오랑캐를 가리켜서 부르는 '만족'의 '만'자가 쓰였다. 중원에 사는 한족들은 남쪽 오랑캐들이 하는 말을 마치 새가 지저귀는 것으로 들었음을 알 수 있다. 이 글자만으로도 <우공>에서 말한 요복과 황복이 어떤 곳인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오랑캐가 머무는 곳에는 문화가 없다. 그런 곳은 사람이 살 곳이 아니라는 말이다. "머물러야 할 때 머물 곳을 아니, 사람이 새만도 못해서야 되겠는가?"라는 공자의 말은 그런 의미를 분명히 드러내 준다. 실제로 공자는 예악을 강조했고 주나라의 문물제도를 확립한 주공을 높이 떠받들었으니, 문화를 숭상한 유자의 전형이다. 공자는 관중을 두고 한편으로는 그릇이 작고 예의를 모른다고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진 면도 지녔다고 평가하였다. 다음의 문답을 보면, 공자가 어떤 점을 높이 샀는지 잘 알 수 있다.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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