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30> 知其所止

bindol 2021. 6. 4. 05:32

- 알 지(矢-3)그 기(八-6)바 소(戶-4)머물 지(止-0)

 

이제 7장이다. 7-1은 다음과 같다. "詩云: '邦畿千里, 惟民所止.' 詩云: '緡蠻黃鳥, 止于丘隅.' 子曰: '於止, 知其所止, 可以人而不如鳥乎?'"(시운: '방기천리, 유민소지.' 시운: '면만황조, 지우구우.' 자왈: '어지, 지기소지, 가이인이불여조호?')

뜻은 이렇다. "시에서 노래했다. '사방 천 리의 경기 지역, 백성들이 살 곳이로다.' 또 시에서 노래했다. '꾀꼴꾀꼴 꾀꼬리, 언덕 모퉁이에 사네.' 공자가 말했다. '머물러야 할 때 머물 곳을 아니, 사람이 새만도 못해서야 되겠는가?'"

첫째 시는 '시경' '商頌(상송)'의 <玄鳥(현조)>에 나오는 구절이다. 邦畿(방기)는 王畿(왕기) 또는 京畿(경기)와 같으며, 천자나 왕의 직할지로 대체로 서울을 중심으로 사방 500리 이내 지역을 가리킨다. 止(지)는 그치다, 머물다, 살다는 뜻이다. 둘째 시는 '시경' '小雅(소아)'의 <緡蠻(면만)>에 나오는 구절이다. 緡蠻(면만)은 새 우는 소리 또는 자그마한 새를 뜻한다. 黃鳥(황조)는 꾀꼬리인데, 박샛과의 곤줄매기로 보는 견해도 있다. 子曰(자왈)은 공자의 말을 가리킨다. 不如(불여)는 ∼와 같지 못하다, ∼보다 못하다는 뜻이다.

두 시구는 사람이 살 곳과 짐승이 살 곳은 엄연히 다르니, 사람은 사람이 살 곳을 알고 그곳에서 살아야 한다는 뜻으로 인용되었다. 도대체 사람이 살 곳은 어디인가? 왜 사람은 짐승과 달리 살 곳에서 살지 않는가?

첫째 시구는 백성들이 살 곳으로 천자나 왕이 사는 경기 지역이 사람이 살 곳이라 했다. 무슨 뜻인가? 경기 지역은 천자의 통치가 직접적으로 미치는 곳이다.

간단히 말하면, 예악을 포함한 문물제도가 정비되어 있으며 문화가 융성한 곳이다. 여기에는 한족과 오랑캐를 문화로써 나누는 華夷觀(화이관)이 그 바탕에 깔려 있다.

'상서'의 <禹貢(우공)>편을 보면, 우공이 산천을 다스리고 천하를 九州(구주)로 나눈 일이 서술되어 있다. 우공은 하(夏) 왕조를 세운 전설상의 군주다. 하 왕조는 기원전 2000년에서 1600년 사이에 존재했다고 전해지는데, <우공>에 서술된 지리적 정보를 보건대 이 글은 거의 전국시대 이후에 쓰인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이 글 안에는 우공이 천자의 도성을 중심으로 사방 500리마다 구획을 지은 것이 나온다.

"도성으로부터 사방 500리의 땅은 甸服(전복)이다. 100리 안은 세금으로 볏단을 바치고, 200리 안은 이삭을 바치며, 300리 안은 짚과 수염을 딴 낟알을 바치고, 400리 안은 낟알만 바치며, 500리 안은 찧은 쌀을 바친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