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65> 不參之患

bindol 2021. 6. 5. 04:38

- 아닐 불(一-3)두루 헤아릴 참(厶-9)갈 지(丿-3)재난 환(心-7)

 

'한비자' '내저설 상'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숙손표가 맹병을 내쫓고 1년이 지나자 수우가 맹병을 위해 숙손표에게 용서를 빌었다. 숙손표도 자식을 그리는 애틋한 마음이 있어서 수우를 시켜 맹병을 불러오게 했다. 그런데 수우는 부르지도 않고서 숙손표에게 알렸다.

"제가 부르러 갔습니다만, 맹병은 매우 화를 내면서 오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숙손표는 아주 화가 나서 사람을 시켜 맹병을 죽였다. 두 아들이 죽은 뒤에 숙손표는 병이 들었다. 수우가 홀로 돌보면서 좌우의 사람들을 물리치고는 아무도 안으로 들이지 않으며 말했다.

"숙손께서는 다른 사람의 말소리를 듣고 싶어 하지 않으시오!"

그러고는 음식을 주지 않고 굶겨 죽였다. 숙손표가 죽자 수우는 장례도 치르지 않은 채 창고 안의 귀중한 보물들을 모조리 털어서 챙겨 제나라로 달아났다.

무릇 믿는 자의 말만 듣다가 아들과 아비가 남에게 죽임을 당했다. 이는 '不參之患(불참지환)' 곧 두루 살피지 않아서 생긴 재앙이다.

한비자는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을 보고 들으면서 두루 견주어 살피지 않으면 진실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사람의 말과 행동을 통해 그 속내를 들여다보려면, 반드시 두루 견주어 살펴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나 자신에게 편견이나 선입견, 고정관념 따위가 없어야 하고, 아집이나 독선도 없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정보나 훌륭한 조언자가 있어도 내가 이미 편견에 사로잡혀 있거나 선입견에 물들어 있다면, 아집이나 독선이 있다면, 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도리어 왜곡한다. 따라서 마음을 바르게 한 뒤가 아니라면 두루 보고 들으며 견주어 살펴도 진실을 오롯하게 알 수 없다.

마음을 바르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미 2-1에서도 말했다. 마음을 바루려면 먼저 그 뜻을 성스럽게 하고, 뜻을 성스럽게 하려면 그 앎을 지극하게 하고, 앎을 지극하게 하려면 사물의 알속에 이르러야 한다고 말이다.

사물의 알속에 이르는 것이 마음을 바르게 하는 일의 시작임을 알 수 있는데, 이는 결국 사물에 현혹되거나 휘둘리지 말아야 함을 의미한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