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63> 心不在

bindol 2021. 6. 5. 04:28

마음 심(心-0)아닐 부(一-3)있을 재(土-3)

 

고약해는 그 이름대로라면 마음이 바다처럼 넓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다. 오히려 속이 좁쌀같이 좁은 자였던 듯하다. 제 편리와 이익만 생각했기 때문에 그토록 무례하게 또는 고약하게 굴었던 것이다.(아마도 제 잇속만 차리며 속 좁게 처신할까 미리 경계하여 그렇게 큰 이름을 지어준 것이 아닐까?) 어쨌든 고약해 자신의 표현대로 세종이 聖明(성명)한 군주였기 망정이지, 현명하지 못한 군주를 만났다면 엄중한 처벌을 받았을 것이다. 세종은 고약해의 무례를 문제 삼지 않았다. 자칫 신하들이 직언이나 간언을 못하게 될까 꺼렸기 때문이다.

어찌 세종에게 감정이 없었겠는가! 군주는 백성과 나라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존재이므로 사사로운 감정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비록 신하가 제 감정대로 무례를 저지르더라도 감내해야만 한다. 세종이 단순히 학문을 좋아하고 즐겼기 때문에 뛰어난 治積(치적)을 남겼다고 여기는 것은 짧은 생각이다. 마음을 다스릴 줄 알았으므로 학문이 깊고 넓을 수 있었고 그 학문을 통치에 적절하게 운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다음은 9-2다. "心不在焉, 視而不見, 聽而不聞, 食而不知其味. 此謂修身在正其心."(심부재언, 시이불견, 청이불문, 식이부지기미. 차위수신재정기심)

"마음이 있지 않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으며 먹어도 그 맛을 알지 못한다. 이것이 '몸을 닦음은 그 마음을 바루는 데에 있다'는 것이다."

視(시)는 의지를 가지고 보는 것으로, 자세히 보다, 살피다는 뜻이다. 見(견)은 눈에 들어오는 대로 본다는 것으로, 보이다는 뜻이다. 聽(청)은 마음을 써서 듣는 것으로, 자세히 듣다는 뜻이다. 聞(문)은 소리가 귀에 들려서 듣는 것으로, 들리다, 알려지다는 뜻이다. 자세히 보고 자세히 듣고 맛을 알려면 대상에 마음을 두거나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그러나 마음을 두거나 정신을 집중한다고 해서 반드시 제대로 보고 듣거나 참맛을 아는 것은 아니다. 어떤 마음이며 어떤 정신 상태냐에 따라 사뭇 다르다.

위에서 '心不在(심부재)' 곧 "마음이 있지 않으면"이라고 할 때의 '마음'은 사람들이 흔히 갖는 그런 마음이 아니다. 사람들이 흔히 갖는 마음은 9-1(제158회)에서 이미 말한 그런 마음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