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5> 말과 인격

bindol 2021. 6. 8. 15:47

덕이 있는 사람은 좋은 말을 한다(有德者必有言·유덕자필유언)

 

논어의 憲問편에 다음과 같은 공자의 말씀이 있다.

헌문편은 주자가 공자의 제자인 원헌(原憲·자는 子思)이 묻는 내용으로 엮었다.

이 편에서는 삼왕을 비롯한 여러 제후의 발자취를 논하였고

자신을 수양하고 백성을 잘살게 해주는 정치의 뜻을 담고 있다.

子曰 有德者必有言 有言者不必有德 仁者必有勇 勇者不必有仁

자왈 유덕자필유언 유언자불필유덕 인자필유용 용자불필유인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덕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들을 만한 말을 가지고 있지만,

말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반드시 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어진 사람은 반드시 용기가 있지만, 용맹스럽다 하여 반드시 어진 사람은 아니다.”


위의 글을 보면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될 것이다. 더 덧붙여 해설하자면 덕이 있는 사람은 말을 해도 덕이 있게, 즉 좋은 말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입에 발린 말을 잘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꼭 덕이 있는 사람은 아니다. 어진 사람이라면 위험에 처한 사람을 보았을 경우 자신의 안위를 잊고 달려가 그 사람을 구해줄 것이다. 하지만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해준다고 해서 다 어진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다.

옛사람들은 어떤 사람의 얼굴을 보지 않고 말만 들어도 그 사람이 어떠한 인격을 가졌고, 심성이 어떠한지를 안다고 했다. 즉 공자의 말씀처럼 덕이 있는 사람은 덕이 있게 말을 한다는 것이다. 흔히 “요즘은 말로 먹고사는 시대”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하지만 문제는 말에 대한 분별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꼭 정치인만 말을 가려서 해야 하는 게 아니라, 가족이나 친구 간이라도 상대에 대한 배려를 하면서 말을 해야 한다. 남을 비방하거나 험담하기보다는 좋은 말과 칭찬을 많이 하다 보면 절로 덕이 쌓일 것이다.

용기와 관련해서도 그렇다. 남을 위해서 기꺼이 자발적으로 도와야 한다. 그런 다음 그걸 떠벌리기보다는 드러내지 않는 게 진정한 용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공자의 말씀을 예로 들었지만 평상시에 말을 가려서 하고, 자신을 낮추면서 조심스럽게 살아가는 게 어떨까? 그게 자신을 위한 보다 나은 삶의 방식일지도 모른다.

시인·고전인문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