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은행원
kang-kyunghee 기자페이지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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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한 금융 소비자 단체가 국내 은행 18곳을 대상으로 ‘좋은 은행’ 순위를 발표하자 시중은행들이 당황했다. 작년만 해도 18은행 가운데 13위에 머물러 있던 카카오뱅크가 별 같은 대형 은행들을 제치고 소비자 평가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은행의 1인당 생산성 지표에서도 점포 없는 인터넷 은행 카카오뱅크가 단번에 2위에 올랐다.
이용우(왼쪽), 윤호영(오른쪽) 카카오뱅크 공동대표가 지난 2017년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카카오뱅크
▶올 3월 광주은행이 여수 웅천지구에 새 지점을 내면서 건물 ‘1층’에서 개점한다는 점을 내세웠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번화가의 임대료 비싼 건물 1층은 으레 은행이 차지했다. 그런데 이제는 1층에 은행 지점 내는 게 홍보거리가 될 정도다. 작년 한 해 문 닫은 은행 점포는 304곳. 온라인, 모바일 거래가 급증하면서 은행들은 비싼 1층 지점 대신 임대료 싼 2층으로 올라가거나 지점 자체를 없애고 있다. 은행 지점은 8년 새 1300곳 가까이 폐쇄돼 2020년 기준 6405곳만 남아 있다.
▶오랫동안 은행원은 화이트칼라의 대명사요, 직업 선호도에서 줄곧 상위에 꼽혔다. 점포 폐쇄로 은행원 수는 감소하지만 월급은 꾸준히 올라 1억원 안팎의 고액 연봉자다. 네 대형 은행의 연평균 급여는 2017년 9025만원에서 2020년 9800만원으로 늘었다.
▶그런데 디지털 혁명의 충격을 심하게 받는 업종 중 하나가 은행이 됐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은행원 8만5000명이 감원됐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신한은행이 이달 들어 만 49세 이상, 15년 이상 근무한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 퇴직 신청을 받았다. 지난 1월에 이어 벌써 두 번째다. 통상 은행권의 희망 퇴직은 임금 피크제 적용을 받는 50대 중반을 대상으로 했는데 연령도 점점 낮아진다. 올 초 KB국민은행은 40대한테도 희망 퇴직 신청을 받았다. 더 나이 들기 전에 일찌감치 새 인생 찾아 떠나라고 하는 것이란 시각도 있다.
▶KB국민은행이 올 상반기 공채 인원 200명 가운데 170명을 IT·데이터 분야에서 뽑겠다고 발표했다. 인터넷 은행인 카카오뱅크 이용자가 1600만명을 넘어 은행 앱 1위이고, 조만간 제3 인터넷 은행이 출범한다니 시중은행들이 다급하게 IT 인력 구애에 나섰다. 은행은 인문계 졸업생들이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연봉의 안정된 일자리였는데 그마저 위태로워지고 있다. 과학을 모르면 살 수 없는 시대가 이미 와 있다. 교수들 철밥통을 깨고 교육을 혁명적으로 바꿔야 한다. 그게 일자리 창출이고 진정한 복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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