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 -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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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975년 8월에 군에 입대해 지금은 특전사로 불리는 공수부대에서 병장으로 병역을 마쳤다. 현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낙하산 인사가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인터넷 캡쳐]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은 특전사로 불리는 공수부대에서 병역을 마쳤다. 낙하산을 둘러맨 한 장의 사진은 매우 인상적이다. 특전사는 유사시 적 후방에 침투해 시설 파괴와 요인 암살·납치, 인질 구출 등 특수작전을 수행한다. 훈련을 앞두고 유언을 쓰는 장면을 유튜브에서 봤는데 숙연해진다. 국민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놓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 국군의날엔 특전사가 낙하와 함께 격파 같은 시범 훈련을 도맡아 국민에게도 그 임무가 널리 알려져 있다.
낙하산 함부로 펴면 위험천만
잘못되면 조직 전체 망가뜨려
국가 경제까지 망치지 말아야
낙하산은 육해공 전방위 임무 중에서도 가장 특전사다운 상징으로 꼽힌다. 낙하산을 타려면 3주 기본 공수훈련부터 받아야 한다. 똑같은 동작을 수만 번 반복한다. 바람만 불어도 목표 지점에서 벗어나는 등 변수가 너무 많다. 잘 내려가도 낙하 지점에서 적이 기다릴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이 낙하산을 얼마나 탔는지 알려진 바는 없다. 그러나 특전사에서 복무한 만큼 낙하산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잘 알 수밖에 없다. 몸을 던질 때 낙하산에 목숨을 맡기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려 꽂는 낙하산 인사도 다르지 않다. 명칭만 같은 게 아니다. 낙하산 인사는 내부 경쟁을 거치지 않고 위에서 바로 떨어진다. 대선 캠프를 거쳤거나, 집권세력과 이념 코드가 같거나, 선거에서 낙마한 사람들이 꿰찬다. 그래서 캠코더라고 한다. 그 피해는 심대하다. 낙하산으로 치면 훈련도 안 받고 갑자기 땅에 뚝 떨어진 형국이다. 노조의 저항에 직면해 출근 저지를 당하는 것은 통과의례일 뿐이다. 물론 위에서 떨어진 거라서 노조도 체념한다. 그 대신 당근이 오간다. 출근 봉쇄를 풀고 임금 인상과 복리후생 확대 등 노조의 요구를 들어준다.
그다음은 꿀 빠는 일만 남는다. 수억원의 연봉과 '묻지마 성과급'은 기본이고, 고급 차량과 대형 사무실이 제공된다. 공기업 특성상 적자는 신경 안 써도 된다. 정권에서 탈원전하라면 원전 건설을 줄이면 되고, 주택 공급을 확대하라고 하면 직원들은 내부 정보를 통해 사뒀던 땅에서 개발차익을 얻으면 된다. 방만 경영의 결과 공공기관 부채는 지난해 544조원을 넘어섰다. 전문성이 없어도 자기 사람 데려오는 새끼 낙하산도 펼친다. 직원이 규정을 제시하면 “이 자식아, 이놈아”라며 깔아뭉갠다.
낙하산은 잘못되면 한 명의 목숨만 위태로운 게 아니라 팀 전체를 위험에 빠뜨린다. 낙하산 인사는 이보다 더 나아가 나라 전체를 위험에 빠뜨린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낙하산 인사를 보자. 말 앞에 마차를 놓는 식의 소득주도 성장 실험의 핵심 책임자가 국가 경제의 큰 그림을 그리는 국책 연구기관의 사령탑에 올랐다. 소주성으로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고 현금성 복지를 퍼주면서 한국 경제는 고용 참사와 국가부채 폭탄을 떠안았다. 소득 격차가 확대되면서 부(富)의 양극화가 확대됐다.
현 정부는 여전히 소득주도 성장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올려서 대상자의 90%가 이익을 봤고, 나라가 돈을 풀어 소득 하락을 막았다는 궤변을 강변한다.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새워 찍어내겠다는 국토교통부 장관도 낙하산 인사의 폐해를 전형적으로 보여줬다. 아파트값 폭등으로 무주택자를 벼락거지로 만들었지만, 지금도 부동산 정책 기조는 그대로다. 여론과 청문회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임명한 33명의 장관급 인사야말로 낙하산의 전형이다.
낙하산 인사가 일상화된 공공기관에서 기관장 출근 저지는 통과의례처럼 벌어지는 광경이다. 사진은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신임 사장이 지난 2월 2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취임식장으로 향하다 '낙하산 반대'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는 인천국제공항공사 노동조합 조합원들에 가로막혀 있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낙하산 인사가 이렇게 많은 적이 없었다. 지난해 10월 국민의힘 자료에 따르면 공공 기관장 3명 중 1명이 대통령 캠프 출신 등 친문 인사로 채워졌다. 지금도 350개 공기업 곳곳에 낙하산 인사가 꽂히고 있다. 한 정치인은 “임기가 1년 남은 지금이 인사의 마지막 기회”라며 “지금 임명되면 3년 정도 임기가 보장된다”고 말했다. 이 기회를 잡기 위해 권력에 줄을 대고, 로비가 판치면서 대한민국이 병들고 있다. 낙하산은 아무리 안전하게 펼쳐도 위험이 따른다. 국가 경제까지 망치지는 말아야 한다. 논설위원
김동호 논설위원
[출처: 중앙일보] [김동호의 시시각각]이렇게 많은 낙하산 인사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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