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부터 추석(秋夕) 연휴(連休)가 시작되는 첫날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라는 덕담(德談)이 있듯이 민족(民族)의 최대(最大) 명절(名節) 충추가절(仲秋佳節)에 세계(世界)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민족의 대이동(大移動)이 시작(始作) 되어 차량행렬(車輛行列)이 줄을 서고 있다.
언제나 추석 제례상(祭禮床)에는 빠짐없이 오르는 조율이시(棗栗梨柹). 대추, 밤, 배, 감이 오른다. 여기에는 평소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심오(深奧)한 뜻이 담겨있다.
지난주 가을 학기(學期)가 시작(始作)되어 강의(講義) 첫 시간(時間)에 조율이시(棗栗梨柿)는 행정부(行政府)와 같은 똑같은 형태(形態)의 관료조직(官僚組織) 즉(卽) “계선조직(系線組織)의 형태를 이루 있다”고 첫 말 문(門)을 열었다.
나라에는 나라님인 대통령(大統領)이 맨 위에 한분 계시고, 그 밑으로 삼권분립원칙(三權分立原則)에 의(依)한 국무총리(國務總理), 국회의장(國會議長), 대법원장(大法院長)의 삼부요인이 있다.
또 국무총리 산하(傘下)에 각부(各部)의 책임자(責任者)인 17개(個) 장관(長官)이 있고, 그리고 지방자치법(地方自治法)에 의한 각(各) 지방자치(地方自治) 단체(團體)를 관할(管轄) 하는 서울시장(市長)을 비롯한 각 도(道)의 도백(道伯)인 시(市)·도(道)의 책임자 시·도지사가 역시(亦是) 17명(名)이 있다.
여기에 아이러니 하게도 조율이시(棗栗梨柿)와 현행정부(現行政府)와의 관계(關係)를 살펴보면 같은 맥락(脈絡)의 유사점(類似點)을 발견(發見)하게 된다.
이를 현(現) 행정부와 비교(比較) 해보자.
먼저 대추(棗) 과일중의 왕(王)으로 대통령(大統領)을 의미한다.
대추는 통씨이다. 붉은 색(色)으로 임금님의 용포(龍袍)를 상징(象徵)하고 씨가 하나이고 열매에 비해 그 씨가 큰 것이 특징(特徵)이므로 왕을 뜻한다.
왕이나 성현(聖賢)이 될 후손(後孫)이 나오기를 기대(期待)하는 의미(意味)와 죽은 혼백(魂魄)을 왕처럼 귀히 모신다는 자손(子孫)들의 정성(精誠)을 담고 있다. 그래서 과일 중(中)에 제일(第一) 먼저 오르는 것이다.
두 번째로 밤(栗)이 오른다
밤은 한 송이에 씨알이 세 톨이니 3정승(政丞). 영의정(領議政), 좌의정(左議政), 우의정(右議政)을 의미한다. 현정부(現政府)와 비교 하면 3부요인(部要人) 국무총리, 국회의장, 대법원장과 비교를 할 수 있다.
밤나무는 땅 속에 밤톨이 씨밤인 채로 달려 있다가 밤의 열매가 열리고 난 후(後)에 씨밤이 썩는다. 그래서 밤은 자신(自身)의 근본(根本)을 잊지 말라는 것과 자기(自己)와 조상(祖上)의 영원(永遠)한 연결(連結)을 상징한다.
이런 이유(理由)로 밤나무로 된 위패(位牌)를 모신다. 유아(幼兒)가 성장(成長)할수록 부모(父母)는 밤의 가시처럼 차츰 억세었다가 "이제는 품안에서 나가 살아라"하며 밤송이처럼 쩍 벌려주어 독립(獨立)된 생활(生活)을 시킨다는 것이다.
세 번째가 배(梨)이다.
배는 씨가 6개여서 육조(六曹). 이조(吏曹) 호조(好調) 예조(禮曹) 병조(兵曹) 형조(刑曹) 공조(工曹)의 육 판서(判書)를 의미한다. 옛날 에는 관청(官廳)의 조직이 6개부서 였지만 지금(只今)의 행정(行政)조직은 17개 각 부처(部處) 장관과 비유(比喩)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배는 껍질이 누렇기 때문에 황인종(黃人種)을 뜻하고, 오행(五行)에서 황색(黃色)은 우주(宇宙)의 중심(中心)을 나타낸다. 흙의 성분(成分)인 것이다. 이것은 바로 민족의 긍지(矜持)를 나타낸다. 배의 속살이 하얀 것으로 우리의 백의민족(白衣民族)에 빗대어 순수(純粹)함과 밝음을 나타내 제물(祭物)로 쓰인다고 한다.
마지막 으로 감(枾)이 오른다.
감은 씨가 8개여서 8방백(方伯), 즉 8도(道) 관찰사(觀察使), 8도 감사(監査) 등(等)을 뜻한다. 8도 관찰사가 후손에 나오라는 의미이다. 현재(現在)와 비교하여 다시 역설적(逆說的)으로 말하면 각 시.도의 시·도지사에 해당(該當) 하는 것이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이 나는 것이 천지(天地)의 이치(理致)인데 감만은 그렇지 않다. 감의 씨앗을 심으면 감나무가 나지 않고 대신(代身) 고욤나무가 나는 것이다. 그래서 3~5년쯤 지났을 때 기존(旣存)의 감나무를 잘라서 이 고욤나무에 접(椄)을 붙여야 그 다음 해부터 감이 열린다.
감나무가 상징하는 것은 사람으로 태어났다고 해서 다 사람이 아니라 가르치고 배워야 비로소 사람이 된다는 뜻이다. 가르침을 받고 배우는 데는 생가지를 칼로 째서 접붙일 때처럼 아픔이 따른다.
그 아픔을 겪으며 선인(先人)의 예지(叡智)를 받을 때 비로소 하나의 인격체(人格體)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감나무는 아무리 커도 열매가 한번도 열리지 않은 나무를 꺾어 보면 속에 검은 신이 없고, 감이 열린 나무는 검은 신이 있다. 이것을 두고 부모가 자식(子息)을 낳고 키우는데 그 만큼 속이 상(傷)하였다 하여 부모를 생각하여 놓는다고도 한다.
여기서 우리는 조상의 은덕(恩德)을 기리는 차례상(茶禮床)에는 더욱 깊은 의미가 더 있음을 살펴 보자.
차례(茶禮)를 지낼 때에는 제일 먼저 향(香)을 사르고 제주(祭主)가 절을 하게 된다. 이는 “향 내음을 맡고 하늘에 계신 혼(魂), 우리의 조상께서 향 연기를 타고 내려 오시라”는 의미로 먼저 향을 피우는 것이다.
다음에는 잔(盞)을 부어 모사(茅沙)그릇에 따르게 된다. 옛 날에는 짚을 엮어 놓고 모래 위 모사(茅沙) 담은 그릇에 꽂아 놓고 거기에 술잔을 부었다.
이는 지하(地下)에 있는 백(魄) 다시 말해 “지하에 계신 육신(肉身)의 넋이 울창주(鬱鬯酒) (강신주), 물길을 타고 올라 오시라”는 의미 이며, 이렇게 하늘과 땅에서 혼백(魂魄)이 다 오시게 되면 비로소 헌관(獻官)의 집전(執典)에 의해 차례(茶禮)가 시작 되는 것이다.
우리 다함께 종교(宗敎)를 떠나 생각해 봅시다. 우리는 조상의 은덕으로 지금까지 살아 왔다.
지금 올리는 과일과 음식(飮食)을 흠향(歆饗) 하시고 우리 자손중(子孫中)에 “대추로 상징되는 대통령(大統領), 밤의 삼부요인(三府要人), 배의 각부장관(各部長官), 감의 시. 도지사(市 道知事)가 우리 후손 에게도 나올 수 있도록 해 주십시요” 라고 정성껏 비는 마음 또한 여기에 있는 것을 명심(銘心)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가끔 제사상 차림과 관련해 큰 소리가 남을 자주 볼 수 있다.
'조율이시' 아니면 '조율시이' 가 맞냐. 곧 배가 먼저냐? 아니면 감이 먼저냐?
이것은 집집 마다의 가풍(家風), 가가례(家家禮)에 따라 틀린 것이다. 그래서 남의집 제사(祭祀)에 가서는 감 나와라! 배 나와라! 하지 말라는 것이다.
필자(筆者) 또한 안 씨(安氏), 가문록(家門錄)에 의해 조율이시가 아닌, 조율시이로 진설(陳設) 함을 밝혀 두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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