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장마와 폭염이 함께 올 모양이다. 코로나19까지 폭발적 증가세다.
그 와중에 무책임한 행동이 불쾌지수를 높인다.
다산은 ‘불역쾌재행(不亦快哉行)’ 20수 연작에서 인생사 답답하고
짜증 나는 장면을 한 방에 날려줄 통쾌한 광경을 나열했다.
그중 무더위에 관한 것만 두 편이다.
“한 달 넘게 찌는 장마 퀴퀴한 내 쌓여 있고,
사지에 힘 쪽 빠져서 아침저녁 보낸다네.
새 가을 푸른 하늘 맑고도 드넓은데,
툭 트인 끝 어디에도 구름 한 점 없구나.
또한 통쾌하지 아니한가
(跨月蒸淋積穢氛,
四肢無力度朝曛.
新秋碧落澄寥廓,
端軒都無一點雲.
不亦快哉).”
습기 먹은 벽지에 곰팡이가 올라오고,
온몸은 나른해서 꼼짝도 하기 싫다. 입추도 지났겠다.
저 매미 소리가 물러가면 벽공(碧空)의 가을 하늘이 열리겠지.
바람은 선선하고, 공기도 보송보송해질 것이다.
“지루한 긴 여름에 불볕더위 지쳐서,
베적삼 축축하여 등이 땀에 젖었구나.
시원한 바람 불어 산에 비가 쏟더니만,
대번에 벼랑 끝에 얼음 발이 걸린다면,
또한 통쾌하지 아니한가
(支離長夏困朱炎,
濈濈蕉衫背汗沾.
洒落風來山雨急,
一時巖壑掛氷簾.
不亦快哉).”
불볕더위에 옷은 땀에 끈적끈적 들러붙고, 사람은 지쳐 입맛도 없고 의욕도 잃었다.
이럴 때 소나기를 부르는 바람이 불어 후끈 달아오른 대지에 비가 한바탕 퍼부으면 얼마나 개운할까?
장맛비는 징그럽고, 소낙비는 반갑다.
어떤 재상이 산승과 더위를 잊는 방법(忘暑之方)에 대해 논했다. 재상이 말했다.
“바람 드는 마루가 사방으로 트였고,
홰나무와 버드나무는 그늘이 짙고 깊다.
참외를 담가두고 오얏은 띄워둔 채,
얼음물을 마시며 부채를 부치니,
어찌 세간에 열기가 있는 줄 알겠는가
(風欞四豁, 槐柳濃陰. 沈瓜浮李, 飮氷揮扇. 安知世間有熱氣耶).”
산승의 맞장구는 이렇다.
“긴 숲에 해는 뉘엿한데, 바위 시냇가에 바람은 시원하다.
소나무 평상에다 자리를 펴고서,
배를 드러내놓고 높이 누우니,
어찌 세상에 열기가 있음을 알겠는가
(長林翳日, 石澗淸風. 薦席松床, 坦腹高臥. 安知世間有熱氣耶).”
‘속복수전서(續福壽全書)’ ‘수아(守雅)’ 조에서 보인다.
하지만 세상은 찜통 속이고, 우리는 코로나19의 터널에 갇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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