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한자

[유광종의 시사한자] 流(흐를 류) 火(불 화)

bindol 2021. 7. 21. 19:06

[유광종의 시사한자] 流(흐를 류) 火(불 화)

 

 

‘칠월류화(七月流火)’라는 표현이 있다. 상당수는 ‘뜨거운 한여름의 끓는 듯한 더위’로 푸는 경우가 있다. 글자 뜻만 보고 생각해서다. 사실은 그 반대다. 아주 무더웠던 여름의 날씨가 다음 차례의 가을 기운에 자리를 내주는 때를 말한다.
중국의 오랜 옛 시가 모음집 《시경(詩經)》에 등장한다. 여름이 끝나고 닥치는 가을의 초입인 음력 7월에 더위를 상징했던 별인 화성(火星)이 서쪽으로 흘러 자리를 비키는 때를 말하면서다. 한여름의 펄펄 끓는 더위로 이 말을 풀었다가 “무식하다”는 핀잔을 받는 때가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流火(류화)라는 단어는 유성(流星)과 동의어로 쓰일 때도 있으나 원래는 이렇게 뜨거웠던 여름의 더위가 자리를 비켜 곧 가을이 오는 무렵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래서 그런 천후(天候)에 빗대 표현한 비슷한 말이 풍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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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노량(露凉)이다. 이슬(露)의 조짐이 보여 서늘해지는(凉) 시절이라는 표현이다. 만염(晩炎) 또는 만열(晩熱)로도 적는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다는 맥락이다. 가을 초입에 일찌감치 큰 잎사귀를 땅에 떨어뜨리는 오동나무에 빗대 지은 이름은 동월(桐月)이다.
가을 초입이라는 맥락에서 적는 말은 맹추(孟秋), 더위는 남아 있으나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지는 기온을 가리킬 때는 미랭(微冷)으로 적는다. 비로소 서늘해졌다는 의미에서는 신량(新凉), 오이 등이 잘 익는 계절이라서 과기(瓜期)로도 부른다. ‘과기’는 옛 스토리와 관련이 있어서 때로는 ‘관원들이 자리를 교대하는 때’의 뜻이 있다.
아무튼 모두 지나가는 법이다. 맹렬하고 강력한 한반도의 더위 또한 마찬가지다. ‘강한 화살도 떨어질 때는 별 볼 일 없는 법’이라는 강노지말(强弩之末)의 성어를 떠올리면 좋다. 추위가 닥치면 더위는 자연스레 자리를 비킨다는 한래서왕(寒來暑往)도 그렇다.

 

절후(節候)의 변화에 맞춰 다음을 대비하는 일이 늘 필요하다. 일엽지추(一葉知秋)는 떨어지는 나뭇잎 하나를 보고 가을이 닥쳤음을 안다는 뜻의 성어다. 앞으로 닥칠 그 무엇의 조짐을 우리는 잘 읽고 있는가. 이 가을의 문턱에서 생각해 볼 일이다.

 


유광종 <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