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욱 정치팀장
“야당이 큰일이다. 국민의힘도, 당 밖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너무 오른쪽으로만 달려간다. 극렬 보수층을 껴안으려다 중도층 다 놓친다. 맨날 ‘자유주의’ ‘작은 정부’만 외쳐서도 안된다. 또 대통령 욕만 해선 안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선거에서 또 붙을 것도 아니고….”
윤석열 “송구”가 부른 박근혜 논쟁
광복절 특사설에 국민의힘도 들썩
대선 전 보수 진영 분열 요인 되나
지난주 통화한 야당 핵심 인사가 “이러다간 대선 또 진다”며 격정적으로 쏟아낸 이야기다. 4·7 재·보선 압승과 6월 전당대회 이준석 돌풍을 거치며 커졌던 정권교체 가능성이 쪼그라들고 있다고 그는 우려했다.
실제로 여론조사 지표들도 야당에 우호적이지는 않다. 여당 경선의 컨벤션 효과인지, 떠나갔던 지지층의 재결집 효과인지, 여당 주자들의 지지율 상승과 범야권 1위 주자인 윤 전 총장의 정체 흐름이 뚜렷하다.
일부 여론조사에선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했고, 정권교체와 정권재창출 여론의 격차도 줄었다. 여권 1위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정권심판론과 같은 구도가 산맥, 당 지지세가 산이라면 그 위에 후보가 있는 것”이라며 “(산맥과 산에서 불리하면)저쪽 후보가 땅강아지라도 하나 마나”라고 말했다. 기본 구도의 중요성을 강조한 발언인데, 대통령 지지율이나 정권교체론의 강도 등 굵직한 구도 변수들에서 미약하나마 여당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눈에 보이는 지표들보다 “정권교체를 위한 야당의 큰 그림이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감이 야권 내부에 존재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인정하고, 아스팔트 보수와는 정치적으로 결별한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극렬 보수층은 결국 야권 후보를 지지할 수밖에 없다. 과감한 중원 확장으로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등 돌린 진보이탈층과 중도층 표심까지 규합해 정권을 탈환한다’는 것이 야권 대선 전략의 기본이었다. 지난 4·7 재·보선에서 확인된 중도층의 야권 쏠림, 전당대회 이준석 돌풍의 진원지였던 2030의 지지세에 야권은 한껏 고무됐다.
하지만 야권의 필승 전략에 스스로가 흠집을 내기 시작했다. 특히 보수 분열의 화약고인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이 도마에 오르며 ‘탄핵의 강’이 재소환되고 있다.
서소문포럼
대구를 방문한 윤 전 총장이 자신이 주도한 박 전 대통령 수사에 대해 “마음속으로 송구한 부분도 없지 않다”고 말한 게 기폭제였다. ‘보수의 심장’ 대구의 정서를 고려한 발언일 텐데, 국민의힘 내부에서 곧바로 견제구가 나왔다. 대표 경선 때 “탄핵은 정당했다”고 못 박았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왜 그런 말을 했는지는 이해하지만, 윤 전 총장이 장외에 머무는 이유가 중도 확장성을 가지려고 입당은 늦춘다는 것이 공통의 이해인데, 그 발언은 저희 중에서도 오른쪽으로 가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님아, 그 강에 빠지지 마오”란 표현으로 ‘탄핵의 강’ 재소환에 대한 강력한 우려를 표시했다.
안그래도 윤 전 총장을 향해선 “몸은 중도에 있지만, 생각은 완전 보수” “그런데도 왜 입당을 안하는지 미스테리”란 의문이 제기돼왔다. ‘반 문재인’을 앞세운 정치 참여 선언, 이재명 지사와의 역사 논쟁을 거치면서였다. 그런데 이 대표가 “저희 중에서도 오른쪽”이라고 급소를 다시 한번 찌른 모양새다.
윤 전 총장뿐만이 아니다. 박 전 대통령의 8·15 특사 가능성이 거론되자 국민의힘 내부가 또 들썩댄다. “대한민국과 결혼한 분이다” “사적 이익을 추구하지 않았다. 오로지 국가와 민족을 위해 매진했다”는 흘러간 레퍼토리를 다시 꺼내며 사면을 촉구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심지어 윤 전 총장의 8월 국민의힘 입당설과 관련해서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광복절 특사가 단행될 경우 그를 수사했던 윤 전 총장의 입당이 어렵기 때문에 광복절 이전 입당론이 제기되는 것”이란 뜬소문까지 돌고 있다고 한다. “여권이 전직 대통령 사면 카드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것”이란 관측 속에 국민의힘 내부가 먼저 출렁대는 모양새다. 이처럼 ‘탄핵의 강’논쟁은 대선 정국에서 범야권의 전열을 흔드는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야권 주자들의 중도층 공략은 아직은 미진하다. 여권 주자들이 갑자기 ‘성장’을 화두로 꺼내들며 중원 공략에 나서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범 야권 주자들의 메시지는 아직도 ‘반 문재인’구호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탄핵의 강’과 ‘반 문재인’, 자꾸 뒤만 돌아보다간 선거가 더 어려워질 수도 있겠다.
서승욱 정치팀장
[출처: 중앙일보] [서소문 포럼] 야당 앞 길 막는 ‘탄핵의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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