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25> 초한과 초월 ; 초월적 무언가

bindol 2021. 8. 3. 04:02

다음 유형의 수들 중 가장 숫자가 많은 수는? ①자연수 ②정수 ③유리수 ④무리수 ⑤초월수. 1에서부터 무한대로 이어지는 자연수일까? 제로(0) 전 음수까지 포함한 정수일까? 정수 비율을 분수로 조밀하게 나타내는 유비(有比)수인 유리수일까? 무한 소수(小數) 1.414…인 √2나 1.618…인 황금비 φ 등 무리수일까? 원주율 파이(π) 3.141…이나 자연상수 e 2.718…과 같은 초월(超越)수일까? 무한집합론에 의한 수학적 증명에 따르면 정답은 ④다. 무리수가 포함된 실수는 2를 자연수 총갯수로 거듭제곱한 수 만큼 무지하게 많다.

두 번째 문제가 주어졌다. 무리수 중에서 초월수는 그냥 무리수보다 적다(○ ×). 초월수는 원주율이나 자연상수처럼 특수한 무리수이기에 맞다고 생각해서 ○를 찍었다면 틀렸다. 초월수로 증명되어진 초월수가 적을 뿐이지 초월수는 초월수가 아닌 무리수보다 훨씬 많다. 이 세상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수들을 한 주머니에 집어넣고 하나의 수를 꺼낸다면 초월수일 확률이 가장 크단다. 반대로 1 2 3… 무한하게 이어지는 자연수를 꼭 짚어 꺼낼 확률은 가장 작단다. 이에 비한다면 로또에 연속 당첨될 확률이 훨씬 더 크겠다. 정말로! 세상에 이런 일이? 그렇다. 세상이 이렇다.

우주도 그렇다. 초월수는 그 어떤 함수나 방정식으로 그 근을 구할 수 없는 수다. 가령 √2는 X2-2=0의 근이며, 황금비 φ는 X2-X-1=0의 근이다. 초월적(transcendental) 수가 아닌 대수적(algebric) 수로서 초월수가 아닌 그냥 무리수다. 그러나 원주율 π나 자연상수 e 등의 무리수는 그 어떤 고차원 기교한 방정식으로 계산해도 그 근이 나오지 않는 초월수다. 어떤 무리수가 있을 때 그 수가 초월수인지는 증명하기 어렵다. 이 세상에 초월수로 알려진 수는 10여 개 남짓이다.

초월수라고 분명히 입증된 원주율 π와 자연상수 e를 합친 π+e와, π와 e를 곱한 π×e가 초월수인지 아닌지도 증명되지 않았다. 다만 밝혀지지 않았을 뿐 수의 세계는 초월수로 가득 차있다. 경상도 말로 천지빼까리다. 이 세상천지 우주세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세상이 수로 이루어졌다면 초월수 같은 존재들이 이 세상 저 우주에 온통 존재할 듯하다.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고 혀에 맛있고 코에 향기롭고 손에 만져지는 건 실감되는 감각들이다. 물론 메타버스 시대에 실제로 실재하지 않아도 진짜인 듯한 가상감각 세계가 있지만 이 또한 실감하는 듯한 세상이다. 그러나 우리 오감(五感)으로 체감할 수도 실감할 수도 없는 무언가가 우리도 모르게 가득할지 모른다. 식스 센스인 육감(六感)이나 동물적 육감(肉感)으로도 감지할 수 없는 무언가가… 꼭 이를 종교적 차원의 초능력적 존재로 한정짓지 않아도 된다. 실제로 물리학자들은 암흑물질이나 암흑에너지가 가득차 있다고 하던데… 과연 그런 물리적 존재들이 초월수처럼 초월적 존재들이 아닐까?

가끔 인간의 현실적 체감의 한계를 넘어 초한(transinfinity)하며 초월(transcendence)하는 무언가를 느껴보자. 설령 느껴지지 않더라도… 잘 하면 뭔 느낌이 잡힐 수 있다. 물론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럭키한 길조(吉兆)일까?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