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목의스시한조각

[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97] 제국 육군의 최후

bindol 2021. 8. 20. 05:54

[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97] 제국 육군의 최후

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前주일대사관1등서기관

 

https://www.chosun.com/nsearch/?query=%EC%8B%A0%EC%83%81%EB%AA%A9%EC%9D%98%20%EC%8A%A4%EC%8B%9C%20%ED%95%9C%20%EC%A1%B0%EA%B0%81

 

www.chosun.com

입력 2021.08.20 03:00

 

1945년 8월 23일 일본 제국 육군의 시모무라 사다무(下村定) 대장이 육군대신에 취임한다. 이미 패전이 결정된 후였다. 패전 처리 임무를 부여받은 마지막 육군 수장이 그였다. 11월 26일 제국 의회에 불려 나간 그에게 사이토 다카오 의원이 군의 전쟁 책임을 추궁한다. 전쟁 중에도 군부의 무모함을 질타한 ‘반군(反軍) 연설’로 의원직에서 제명되는 고초를 겪은 소신파 사이토의 준엄한 질책에 시모무라는 다음과 같이 답변한다.

“소위 군국(軍國)주의의 발생은 육군 내의 인사가 군인으로서 올바른 사고방식을 그르친 것, 특히 지도적 지위에 있는 자의 일하는 방식이 그릇된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믿습니다. 어떤 자는 군의 힘을 등에 업고, 어떤 자는 기세에 올라타서 독선적이고 횡포한 조치를 취하였습니다. 특히 용서할 수 없는 것은 군이 부당하게 정치에 간섭한 것입니다. 이러한 것이 중대한 원인이 되어 지금과 같은 비통한 상태를 국가에 안긴 것에 대해서 무어라 변명할 여지가 없습니다.”

숙연한 분위기에서 그는 울먹이며 답변을 이어 갔다. “저는 육군의 최후를 맞아 이러한 과오에 대해 국민에게 충심으로 사죄 말씀을 드립니다. (이로써) 육군은 해체합니다. 과거의 죄책에 대해 향후 사죄하고 속죄를 구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이러한 과거의 죄악으로 순충(純忠)한 군인의 공적이 말소되지 않도록, 특히 전몰 영령에 대해 깊은 동정을 베풀어주실 것을 간곡히 바라는 바입니다.”

이틀 후 육·해군성은 폐지되었고, 이날 답변은 전쟁 책임에 대한 군의 입장으로 역사에 남았다. 피해국에 대한 사죄가 누락되어 있지만, 패전의 혼란 속에서 그것까지 바라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일본에는 전후 평화 국가 노선이 이러한 반성과 참회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행동으로 증명해야 할 책임이 있다. 다만 주변국도 그를 공정하게 평가하려는 열린 마음이 있어야 비로소 진정한 화해가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