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98] 여름 고시엔의 작은 기적
입력 2021.09.03 03:00
일본은 ‘여름의 고시엔(夏の甲子園)’이라 불리는 고교야구 대회가 개최되는 8월이 되면 대회 열기로 열도가 후끈 달아오른다. 수십만 관중이 몰리고 프로야구나 심지어 올림픽 시청률도 주춤할 정도로 스포츠 이벤트의 대명사로 통하는 것이 여름 고시엔이다. 고시엔 대회라는 이름은 본선이 개최되는 효고현 니시미야시 소재 ‘한신(阪神) 고시엔구장’에서 따온 통칭으로 대회의 정식 명칭은 ‘전국 고등학교 야구선수권대회’다.
1915년 1회 대회는 구(舊)학제에 따라 ‘전국 중등학교 우승 야구대회’로 개최되었다. 대회 창설 배경에는 당시 교토이중(京都二中) 야구부 주장 고니시 사쿠타로(小西作太郞)가 있다. 교토이중은 그해 대학 강호 와세다와 붙어도 호각의 경기를 펼칠 정도로 전력이 강했다. 고니시는 전국의 중등야구팀을 모아 일본 제일을 가리는 대회를 기획한 후 아사히신문사에 제안했고, 동 신문사가 대회 산파역을 맡으면서 첫 대회가 개최될 수 있었다. 지금도 여름 고시엔은 아사히신문사가 주최한다. 청룡기(조선일보), 황금사자기(동아일보) 등 한국 고교야구대회를 신문사가 주최하는 것도 이의 영향이다.
일본에는 4000개가 넘는 고교야구팀이 있다. 그중에서 예선을 통과한 49팀만이 고시엔 구장을 밟을 수 있다. 올해 이러한 ‘꿈의 구장’인 고시엔에 한국계 교토국제고가 4강에 올라 세간을 놀라게 했다. 전교생 136명에 불과한 외국계 학교가 전국 강호를 연파하고 달성한 성적이니 가히 기적이라 할 만하다. 덕분에 ‘동해 건너~’로 시작되는 한국어 교가가 일본 전국에 중계방송되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교토국제고는 한국어를 가르치고 한국 대학에 학생을 진학시키는 등 한⋅일 간 가교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학생들 다수는 일본인이다. 일본 언론은 교토국제고 야구부를 ‘한⋅일 연합팀’으로 부른다. 열린 교육으로 친선과 우호의 미래를 열어가는 교토국제고의 번영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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