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만물상] ETF 세상

bindol 2021. 8. 27. 05:10

[만물상] ETF 세상

김홍수 논설위원

 

김홍수 논설위원 - 조선일보

 

www.chosun.com

입력 2021.08.27 03:18

 

 

1976년 미국의 펀드매니저 존 보글이 종합주가 지수에 연동시킨 인덱스 펀드를 처음 선보였다. 개별 주식은 등락을 거듭하지만 증시 전체는 경제성장과 더불어 우상향(右上向)한다는 개념에 착안한 것이다. 보글은 “건초 더미에서 바늘을 찾느니 건초 더미를 통째로 사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투자계의 현인 워런 버핏은 “미국 투자자에게 가장 크게 기여한 사람을 기리는 동상을 세운다면 그 사람은 존 보글”이라면서 아내에게 남긴 유언장에 “재산의 90%는 S&P500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라”고 했다.

일러스트=김도원

 

▶인덱스 펀드를 개별 주식처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게 만든 게 상장지수펀드(ETF·exchange traded fund)다. 처음엔 시가총액 비율대로 주식을 담는 지수 추종형 ETF로 출발했다. 투자자들의 요구를 반영하면서 전기차, 인공지능, 바이오, 클린에너지 등 특정 분야 주식만 따로 담는 테마형 ETF, 펀드매니저가 특정 분야 종목을 골라 넣는 액티브 ETF 등으로 영역을 확장해 갔다.

 

▶ETF가 코로나 사태 이후 글로벌 증시의 대세로 떠올랐다. 증시에 새로 뛰어든 개미 투자자들이 적은 돈으로 분산투자할 수 있는 ETF의 장점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미국 월가 스타 펀드매니저가 만든 테마형 ETF ‘ARK 시리즈’가 평균 150%대 수익률을 내며 공전의 히트를 친 것도 한몫했다. 1년 반 동안 글로벌 ETF에 1조3000억달러의 새 돈이 들어왔다.

 

▶ETF 시장의 3대 강자는 미국계 자산운용사 블랙록·뱅가드·스테이트스트리트다. 빅3가 미국 S&P500 기업 주식의 22%를 갖고 있다. 한국 증시에서도 코스피 100대 기업 중 65곳에서 이들이 최대 주주이거나 2대 주주이다. 미국에선 빅3가 이사진 교체를 요구하거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을 강화하라는 등 경영에 개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ETF의 변신이 지나쳐 ‘위험 분산’이란 초심에서 멀어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수형 ETF는 물론이고 전기차, 자율주행, 혁신기업, 항공우주 관련 테마의 전 세계 ETF는 모두 테슬라 주식을 담는다. 좋을 땐 주가 상승 폭이 더 커지지만, 나쁜 뉴스가 나오면 수많은 ETF에서 매물 폭탄이 쏟아진다. 그래서 “테마형 ETF 막차 타는 게 가장 위험하다”는 말도 나온다. 옛날 ETF 개발자가 존 보글을 찾아갔을 때 “잦은 매매는 단기 투자를 유발한다”는 이유로 ETF 탄생에 반대했다는 일화가 있다. ‘장기 분산 투자’의 취지를 벗어난 ETF 투자는 주식투자와 마찬가지로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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