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심(心)과 의지(意志)
한 단계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출발을 할 때면 언제나 뜻을 세운다. 뜻을 세우는 데는 마음을 다잡는 것이 제일 첫 걸음이다.
마음을 뜻하는 心은 금문(왼쪽 그림)에서 중간부분은 心室(심실)을, 바깥부분은 心房(심방)을 그렸다. 心臟(심장)이 원래 뜻이며, 이로부터 ‘마음’이라는 의미가 생겼다.
고대 중국인들은 ‘생각’이 머리가 아닌 마음에서부터 나온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思·想·念 등과 같은 생각과 관련된 글자들은 대부분 心을 의미부로 삼고 있다.
意는 秦(진)나라의 小篆(소전)에 들어 처음 등장하는데, 글자 그대로 ‘마음(心)의 소리(音)’라는 뜻이다. 마음속에 생각하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바깥으로 드러나게 되는 법, 그것이 바로 뜻(意)이다. 그래서 意에 口(입 구)가 더해진 噫(탄식할 희)는 탄식하다는 뜻이요, 憶(생각할 억)은 意에 心이 다시 더해진 것으로 마음(心) 속에 새겨진 뜻(意)을 말한다.
지금의 志는 士(선비 사)와 心으로 구성되었지만, 전국문자(오른쪽 그림)에서는 之(갈 지)와 心으로 구성되었다. 그래서 마음(心)이 가는(之) 바, 즉 志向(지향)이 원래 뜻이다. ‘시경’에서 “시란 뜻을 말한 것이요, 노래란 말을 읊조린 것이다(詩言志, 歌永言)”고 한 것은 바로 이를 두고 한 말이다. 즉 뜻이 나아가는 바가 바로 詩인데, 뜻이 마음(心)에 머물게 되면 志가 되고 뜻을 읊어 내면 詩가 된다.
하지만 漢(한)나라의 예서에 들면서 志가 士로 구성됨으로써 ‘선비(士)의 마음(心)이 곧 뜻’이라는 해석이 가능해졌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주로 立志(입지·뜻을 세우다)의 의미로 사용되었다. 志에 言(말씀 언)이 더해지면 誌(기록할지)가 된다. 뜻이 나아가는 바(志)를 말(言)로 표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言을 더해 誌가 되었다.
思는 원래 머리를 뜻하는 신(정수리 신)과 心으로 구성되어, 사고가 심장과 두뇌에서 나오는 것임을 그렸다. 한나라의 隸書(예서)로 오면서 신이 田으로 잘못 변했다. 思는 맹자가 말한 “심장의 기능은 생각하는데 있다”고 한 것에 비해 두뇌가 동원되었다는 점에서 다소 진보적이다. 思는 원래 思考하다는 뜻이었으나 이후 思母曲(사모곡)이나 想念에서처럼 그리워하다는 뜻도 포함하게 되었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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