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공천(公薦)과 낙천(落薦)
총선을 앞두고 각 黨(당)에서는 公薦 작업이 한창이다. 公薦이란 그야말로 공변되게 薦擧(천거)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公薦에는 사사롭지 않고 정당하게 국민의 심부름꾼으로서 민족과 국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를 국민 앞에 推薦(추천)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있다.
公은 갑골문(왼쪽 그림)에서처럼 八과 사로 구성되었다. 八은 分(나눌 분)에서 보았듯 양쪽으로 나뉘거나 서로 배치됨을 뜻한다. 사는 원래는 동그라미 모양을 하여 자신을 중심으로 한 테두리 만들기를 형상화 했으며, 私의 원래글자이다.
따라서 公은 ‘설문해자’나 ‘한비자’의 해석처럼 사사로움(사·私)에 배치되는(八) 개념이다. 그래서 公에는 公的(공적)이라는 뜻과 公共(공공)이라는 뜻이 생겼고, 다시 公開的(공개적)이라는 뜻도 생겼다. 공적인 일은 반드시 은밀하지 않은 공개적인 방법에 의해서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薦은 금문(오른쪽 그림)에서 해태를 그린 치와 풀이 우거진 모습을 한 )으로 구성되었는데, ‘설문해자’에서는 이를 두고 해태 같은 ‘짐승이 먹는 풀을 말한다’고 했다. 그래서 薦은 이러한 풀로 만든 깔개, 즉 돗자리를 의미했다. 하지만 해태는 法(법 법)자에서도 보았듯 정의로운 동물의 상징이다. 그래서 薦은 신성한 해태가 먹는 풀로 만든 돗자리로 주로 제사 때 사용되었다.
그래서 ‘廣雅(광아)나 ’左傳(좌전)‘ 등을 살펴보면, 소나 양과 같은 희생물을 바치는 제사를 祭(제사 제)라고 하는 반면 이러한 희생물이 없는 제사를 薦이라고 했다. 희생물이 동원되지 아니한 薦이라는 제사는 제수를 돗자리(薦)에 받쳐 올렸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그래서 薦은 ‘신에게 제수를 올리다’의 뜻을 가진다. 이후 이와 연관되어 임금에게 올리는 것을 薦이라 일컬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인재의 薦擧였다. 그리하여 薦에는 推薦하다는 뜻이 생겼다. 이렇게 되자 원래의 ‘돗자리’는 천으로 분화했는데, 천은 艸(풀 초)가 의미부이고 存(있을 존)이 소리부이다.
이러한 公薦이 ‘公薦’답지 못하다고 해 시민단체들이 落薦 운동을 벌이고 있다. 落薦 인사의 명단을 공개하고, 그 사유를 밝혀 각 정당에 落薦을 요구하였지만 반론도 많은 듯 하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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