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세(稅)와 부(賦)
3일은 납세자(納稅者)의 날, 稅金(세금)에 대해 생각해 보자. 稅金은 백성의 재산권이 인정되기 시작하면서 생겨난 제도이다. 중국에서도 稅金은 노예제에서 봉건제로 이행하는 시기인 春秋(춘추)시대 때부터 등장하기 시작한다.
稅金을 뜻하는 한자로는 稅와 賦가 대표적이다. 稅는 禾가 의미부이고 兌가 소리부로, 옛날 전답을 경작하는 대가로 내던 농지세를 말했다. 수확한 곡식의 일정 비율을 납부했기에 禾가 의미부로 들어갔다. 稅는 이후 농지세 뿐 아니라 모든 稅金으로 의미가 확장되었다.
兌는 갑골문(왼쪽 그림)에서 입을 크게 벌린 사람(兄·형)과 두 점으로 구성되었는데, 두 점은 위로 나온 숨을 상징한다.
따라서 兌는 사람이 입을 벌리고 웃는 모습을 그렸으며, ‘기쁘다’가 원래 뜻이다. 이후 兌가 ‘바꾸다’는 뜻으로 가차되자 원래 뜻을 나타낼 때에는 심리상태를 뜻하는 心(마음 심)을 더하여 悅이 되었다.
稅에 기쁘다는 뜻의 兌가 들어간 것은 주목할 일이다. 백성들의 피를 짜 가능한 한 많은 세금을 거두어들이는 것이 통치자들의 즐거움이었기 때문일까?
여기서의 기쁨(兌)은 아마도 백성을 착취하는데서 얻는 사디즘적 기쁨이라기보다는 풍년이 들어 세금을 넉넉하게 거두어들이는 데 따른 ‘기쁨’이었을 것이다.
賦는 貝(조개 패)가 의미부이고 武가 소리부로이다. 이 역시 稅金을 말하지만 稅가 곡식(禾)으로 내는 세금이라면 賦는 돈(貝)으로 내는 세금을 말한다.
武는 갑골문(오른쪽 그림)에서 止(발 지)와 戈(창 과)로 구성되어, ‘步武(보무)’에서처럼 ‘무기를 메고 가는 씩씩한 발걸음’을 뜻했으나 이후 武器(무기)나 武力(무력)이라는 뜻으로 의미가 확장되었다. 따라서 賦는 전쟁을 치루기 위한 목적세, 즉 軍賦(군부)를 말했다. 그렇다면 賦에서 武는 의미부의 역할도 함께 하고 있다.
이처럼 賦는 화폐로 내는 세금을 뜻하다가 徵收(징수)나 賦與(부여)의 뜻도 가졌다. 그래서 天賦(천부)라고 하면 ‘하늘이 내려준’, 선천적으로 타고 난 것을 말한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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