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합(合)과 동(同)
合同은 한국어에서는 ‘모여 하나가 되다’는 뜻이지만, 현대 중국어에서 ‘허통(合同)’이라고 하면 契約書(계약서)를 말한다. 함께(合) 동의(同)한다는 뜻이다. 合은 갑골문(왼쪽 그림)에서 윗부분은 뚜껑을, 아랫부분은 입(口)을 그렸다. 그래서 合은 장독과 같은 단지의 입구를 뚜껑으로 덮어놓은 것과 같은 모습이다. 뚜껑은 단지와 꼭 맞아야만 속에 담긴 내용물의 증발이나 변질을 막을 수 있다.
고대사회에서 단지와 그 뚜껑의 크기를 꼭 맞추는 것도 기술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合에 符合(부합)하다, 合하다는 뜻이 생겼다. 몸체와 뚜껑이 합쳐져야 완전한 하나가 되기에 ‘모두’, ‘함께’라는 뜻도 함께 가지고 있다.
한편 찬합과 같이 뚜껑으로 덮을 수 있는 그릇을 나타낼 때에는 皿(그릇 명)을 더하여 盒이라 사용하게 되었다.
그리고 合에서 파생된 恰은 마음(心)이 합쳐진(合) 것으로 恰似(흡사)함을, 洽은 물(水)가 합쳐진(合) 것으로 洽足(흡족)함을 나타내며, 협(합사할 협)은 함께 모아(合) 지내는 제사(示) 즉 合祭(합제)를 말한다.
合과 유사한 구조를 가진 글자가 會인데, 갑골문에서 윗부분은 지붕을, 중간부분은 창고를, 아랫부분은 창고의 문(口)을 그렸다. 창고는 고대 중국이 농경사회였던 점을 감안할 때 곡식을 저장하는 창고였으리라.
穀倉(곡창)에는 여러 종류의 곡식을 함께 저장해 두었을 것이고, 이로부터 ‘모으다’는 뜻이 생겨났다. 따라서 會議(회의)나 同門會(동문회) 등에서처럼 會는 곡식을 창고에 모으듯 사람들이 어떤 목적을 위해서 모이는 것을 의미한다.
同은 갑골문(오른쪽 그림)에서 아랫부분은 입(口)이고 윗부분은 가마 같은 들 것을 그렸다. 따라서 이 글자는 가마와 같은 무거운 것을 구령(口)에 맞추어 ‘함께’ 들어 올리는 모습을 형상화한 듯하다.
이와 유사한 구조가 여기에 손 네 개(여·마주 들 여)가 더해진 興(일어날 흥)이다. 興은 손 네 개를 보다 강조하여 형상화함으로써 들 것을 구령에 맞추어 네 손(여)으로 함께(同) ‘들어 올리는’ 모습을 그렸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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