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진(秦)과 중국(中國)
‘중심된 나라’라는 의미의 中國에서 中은 갑골문(왼쪽 그림)에서 꽂아 놓은 깃발의 모습을 그렸다.
옛날 부족 사회 때 부족 집단에서 중대사가 있을 때에는 넓은 공터에 먼저 깃발을 세우고 이를 중심으로 사람들을 모았다. 사람들은 사방 각지로부터 몰려들었을 것이고, 그들 사이에서 깃발이 꽂힌 곳이 ‘中央(중앙)’이자 ‘中心(중심)’이었다. 이로부터 ‘가운데’라는 뜻이 생겼고, 中庸(중용)에서와 같이 어떤 한 곳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딱 맞는’이라는 뜻을 가지게 되었다.
나라를 뜻하는 國은 원래 성곽을 형상화한 국과 낫 창을 그린 戈가 합쳐진 或이었는데, 원래의 ‘나라’라는 뜻 대신에 ‘혹시’라는 뜻으로 가차되자 다시 국을 더하여 지금처럼의 國으로 분화하였다.
中國을 뜻하는 영어의 차이나(China)는 秦의 대역음이다. 秦은 갑골문(왼쪽 그림)에서 두 손으로 절굿공이를 들고 벼(禾·화)를 찧고 있는 모습이다.
벼를 수확하여 搗精(도정)하는 모습을 그렸다. 秦나라는 중국의 서부 陝西(섬서)지역에 위치했다. ‘8백 리 秦州(진주)’라는 말이 있듯 이곳은 예로부터 대단히 비옥하여 곡식이 풍부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곡물의 풍부함은 국가의 부강을 가능하게 했고 이것이 秦나라로 하여금 전국을 제패하게 만들었던 기본적인 요인의 하나였다.
따라서 秦이라는 나라이름은 秦이 위치했던 그곳의 풍부한 곡물생산에 의해 붙여진 이름이다.
중국인들은 그들의 정통성을 漢나라에서 찾아 자신들을 漢族(한족), 그들의 말을 漢語(한어), 문자를 漢字(한자)라고 부른다.
하지만 漢나라 이전 서역인들은 중국을 秦으로 불렀고, 이후 서양인들은 이의 대역음인 ‘차이나(China)’로 그들을 불렀다. 支那(지나)는 다시 이를 대역한 일본식 한자어이다.
소문자로 된 ‘차이나(china)’는 도자기를 뜻한다. 도자기가 중국의 가장 대표적인 물산이었기에, ’중국에서 생산되는 물건‘이 곧 도자기라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단어이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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