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내일(23일)은 氣象의 날이다. 氣象은 구름 바람 비 기온 등과 같은 ‘기운(氣)의 모습(象)’을 말한다.
氣는 갑골문(왼쪽 그림)에서 기로 써, 세 가닥의 구름 띠가 하늘에 퍼져 있는 모습을 그렸다. 갑골문의 자형이 三과 닮아 금문에서는 아래위 획을 조금씩 구부려 三과 구분했다.
기는 이후 소리부인 米가 더해져 氣가 되었다. 이 때문에 혹자는 기가 밥 지을 때 피어오르는 蒸氣(증기)를 그렸으며, 이후 의미를 정확하게 하기 위해 米가 더해졌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갑골문이 만들어졌던 中原(중원) 지역의 대평원에서는 해가 뜨고 질 때 얇은 층을 이룬 구름이 온 하늘을 뒤덮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낮에는 그런 현상이 잘 나타나지 않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습한 공기 때문에 자주 만들어진다. 기가 밥 지을 때 나는 蒸氣라면 갑골문처럼 가로로 그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雲氣(운기·엷게 흐르는 구름)가 氣의 원래 뜻이다. 구름의 변화가 大氣(대기)의 상태를 가장 잘 말해 주기에 天氣(천기·날씨)나 氣運(기운)이라는 말이 나왔다. 천체를 흐르는 기운, 그것이 바로 동양학에서 말하는 氣라 할 수 있다.
象은 갑골문(오른쪽 그림)에서 기다란 코와 육중한 몸체를 가진 코끼리를 사실적으로 그렸다. 商(상)나라 때만 해도 지금의 하남성에는 코끼리가 대량으로 서식했다. 하지만 이후 삼림의 황폐화와 기후의 변화로 점점 남하하여 지금은 서남쪽의 운남성에서만 서식한다.
코끼리가 중원지역에서 사라지자 그 印象的(인상적)인 동물을 두고 온갖 想像(상상)이 더해진 이야기들이 난무했다. 코끼리가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 코끼리(象)를 생각(想)하던 것이 바로 ‘想像’이다. 想像을 원래 ‘想象’으로 썼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사람들이 想像했던 코끼리가 진짜 코끼리와 닮았던 때문일까? 象에 ‘비슷하다’나 ‘닮다’는 뜻이 생겼다. 그러자 코끼리라는 원래 뜻과 구분하기 위해 人(사람 인)을 더해 像을 만들어 내 닮은꼴이나 모양을 표시했다. 하지만 想像에서 보듯, 아직도 象과 像은 혼용되어 사용되는 곳이 많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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