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 이야기

[한자 뿌리읽기]<29>공(工)과 상(商)

bindol 2021. 9. 4. 08:33

[동아일보]

오늘(17일)은 상공(商工)의 날이다. 현대 중국어에서는 우리와 달리 ‘꿍상(工商)’을 자주 쓴다. 工이 商의 앞에 놓인 것은 지금의 중국이 노동자 농민에 의해 혁명을 이룬 사회주의 국가여서 그럴까?

工은 구조가 대단히 간단하지만 자원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하지만 갑골문(왼쪽 그림)을 보면 흙 담을 다질 때 쓰던 돌로 만든 절굿공이나 달구를 그린 것이라는 해석이 가장 적절해 보인다. 工의 위쪽 가로획은 손잡이를, 아랫부분은 절굿공이를 그렸다.

갑골문을 사용했던 商나라는 지금의 하남성 일대에 위치하여 지역의 대부분이 황토로 되어 있다. 이 때문에 담이나 성을 쌓을 때에는 진흙을 다져서 만들었고, 집을 지을 때에도 진흙을 구운 벽돌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진흙은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축 재료였으며, 진흙을 다지는 절굿공이가 당시의 가장 대표적인 도구였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工은 工具(공구)의 대표가 되었고, 그러한 일에 전문적으로 종사하는 이를 工匠(공장), 그러한 과정을 工程(공정)이라 하게 되었다.

다만 둥근 모양의 절굿공이가 갑골문에서는 단단한 거북딱지에 새기기 편하도록 네모꼴로 변했을 뿐이다.

商 역시 자원 해설이 분분한 글자이다. 하지만 갑골문(오른쪽 그림)과 금문에서의 자형을 종합에 보면, 두 개의 장식용 기둥(柱)과 세 발(足)과 둥그런 배(腹)를 갖춘 술잔을 그린 것으로 보이며, 爵이라는 술잔과 비슷하게 생겼다.

商이 商이라는 민족과 나라를 지칭하게 된 연유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일찍부터 하남성 동북부에 위치했던 殷墟(은허)를 商이라 불렀는데, 그곳은 당시 中原(중원)의 핵심 지역으로 교통이 편리해 교역이 성행했다. 商에 거점을 두었던 商族들은 장사수완이 대단히 뛰어났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그들을 ‘商에 사는 사람’이라는 뜻의 ‘商人(상인)’으로 불렀는데, 이후 ‘장사꾼’이라는 뜻으로 쓰였다. 장사에는 언제나 가격 흥정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商에는 商議(상의)나 商談(상담)에서처럼 ‘의논하다’는 뜻도 들게 되었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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