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識·幟·織·職은 모두 같은 데서 근원한 한자이다. 이들은 원래 S에서 분화하였는데, S는 금문에서처럼 音(소리 음)과 戈(창 과)의 결합으로 이루어졌다. 音은 소리 즉 聲音(성음)을 뜻하고, 戈는 날카로운 창이나 칼을 뜻한다. 그런 즉 S는 칼(戈)로 말(音)을 새긴다는 뜻이다.
인간의 智識(지식)은 경험의 축적을 통해 발달해왔다. 경험은 처음에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겠지만 사회가 발달하면서 기록을 통해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정착농경을 일찍부터 시작한 중국에서는 ‘春秋(춘추)’나 ‘史記(사기)’처럼 기록으로 남겨진 다양한 경험들이 그들의 문명 발전에 지대한 역할을 했다.
이렇듯 S에는 口傳(구전)되던 자료를 칼로 새겨 기록으로 남기던 모습이 반영되어, ‘기록하다’가 원래 뜻이다. 이후 의미를 더욱 구체화하고자 言(말씀 언)을 더해 識이 되었으며, 다시 標識(표지), 認識(인식), 智識 등의 뜻도 가지게 되었다.
S에서 파생하여, 베(巾·건)에다 어떤 標識를 새겨 넣는 것(S)을 幟라 한다. 베는 깃발을 상징하며, 깃발에다 자기 종족의 標識를 새겨 그들의 상징으로 삼았을 것이다. 그래서 旗幟(기치)라는 말이 나왔으며, 거기에는 자신들의 상징을 수놓은 깃발을 앞세우고 용감하게 전진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반영되어 있다.
織 역시 실((멱,사)·멱)로 어떤 標識를 새겨 넣는다(S)는 의미를 강조한 글자다. 베를 짤 때면 어떤 무늬를 넣기 마련이다. 그래서 ‘베를 짜다’는 의미로 확대되었다.
그리고 職은 S에 耳가 더해졌다. 耳는 갑골문에서 귀를 그렸다. 한자에서 耳는 다양한 의미를 가진다. 聰(총명할 총)이나 聖(성인 성)에서처럼 ‘총명함’의 상징이기도 하고, 取(취할 취)나 恥(부끄러워할 치)에서처럼 약탈과 恥辱(치욕)을 대변하기도 한다.
職은 官職(관직)에 있는 사람들의 職務(직무)가 남의 말을 귀(耳)에다 새기는(S) 데 있다는 의미를 생동적으로 그린 글자이다.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강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남의 말을 귀담아 들어 남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職務의 원래 뜻이리라.
하 영 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세상을 보는 맑은 창이 되겠습니다."
'漢字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자 뿌리읽기]<53>스승과 사(師) (0) | 2021.09.14 |
---|---|
[한자 뿌리읽기]<52>전(專)과 부 (0) | 2021.09.14 |
[한자 뿌리읽기]<50>집(集)과 산(散) (0) | 2021.09.14 |
[한자 뿌리읽기]<49>화(華)와 하(夏) (0) | 2021.09.14 |
[한자 뿌리읽기]<48>여(旅)와 유(游) (0) | 2021.09.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