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주한 미군의 撤軍 논쟁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만들고 있다. 撤軍이란 ‘군대(軍)를 거두어들이다(撤)’는 뜻인데, 한국 전쟁 때문에 우리 땅에 진주한 미군이라고는 하나 이라크에 진주한 요즈음의 미군을 보면서 우리의 과거도 자꾸 떠올라 가슴이 저며 온다.
撤은 역사가 오래된 글자로 갑골문(왼쪽 그림)에서부터 나타나는데 원래는 세발솥을 그린 (격,력)(솥 력)과 손을 그린 又(또 우)로 구성되어, 식사나 제사가 끝난 후 식기를 물리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그래서 ‘거두어들이다’가 원래 뜻이다. 다만 금문에 들면서 又가 손에 막대를 든 복(복·칠 복)으로 변했고, 소전체에 들면서 (격,력)이 育(기를 육)으로 잘못 변했다. 그리고 손으로 옮기는 행위를 강조하기 위해 手(손 수)가 더해져 지금의 撤이 되었다.
手 대신 척(조금 걸을 척)을 더한 글자가 徹인데, 이는 식기를 거두어들이는 동작을 강조한 글자다. ‘설문해자’에서는 徹을 通(통할 통)으로 해석했지만 원래 뜻은 아니며, 이 역시 ‘거두어들이다’가 원래 뜻이다. 手나 척 대신 車(수레 거)가 더해진 轍은 수레가 지나간 흔적을 뜻한다.
軍은 금문(오른쪽 그림)에서 車와 勻(적을 균)으로 구성되었는데, 勻은 소리부도 겸하고 있다. 勻은 다시 포(쌀 포)와 두 점(二)으로 이루어졌는데, 포는 에워쌈을 뜻하고 두 점은 동등함을 상징하는 지사부호이다. 그래서 勻은 ‘똑같은 비율로 나누어(二) 둘러싸는(포) 것’을 의미하며, 均分(균분)하다는 뜻을 가진다.
그렇게 보면 軍은 ‘전차(車)를 고르게(勻) 배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軍은 軍營(군영)에서처럼 주둔한 軍師(군사)를 뜻하기도 하며, 군대의 편제단위를 말하기도 했다. 편제단위로서의 軍은 師(스승 사)와 대칭되는 개념으로, 5旅(려)를 師라 하고 5師를 軍이라고 했던 것으로 보아 약 2천5백 명 쯤 되는, 고대의 군사편제에서 가장 큰 규모의 단위였다.
運과 揮는 모두 軍에서 파생한 글자들이다. ‘軍隊(군대)를 움직이는(착·착) 것’이 運이요, ‘軍隊를 指揮(지휘)하는 것’이 揮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運과 揮에서의 軍은 소리부이면서 의미부도 겸하고 있다.
하 영 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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