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間隙(간극)이나 間隔(간격)에서처럼 隙과 隔은 각기 ‘틈’이나 ‘사이’를 뜻한다. 隙이나 隔 모두 阜가 의미부여서 이들의 의미가 흙 담(阜)과 관련되어 있음을 쉽게 추정해 볼 수 있다.
隙은 지금도 대단히 형상적인 글자로 흙 담(阜)의 작은(小·소) ‘틈’ 사이로 비추어 들어오는 햇빛(日·일)을 직접 그렸다. 금문에서는 원래 阜가 빠진 모습이었으나 소전체에 들면서 阜를 더하여 그것이 흙 담의 ‘틈’임을 강조하였다. ‘설문해자’에서는 日을 白(흰 백)으로 보아 ‘밝은 빛’으로 해석했지만 의미의 차이는 없다.
그래서 隙은 隙大墻壞(극대장괴·틈새가 커지면 담벼락이 무너진다)라는 말에서처럼 ‘담의 틈새’가 원래 뜻이며, 이후 구멍은 물론 느슨하다는 뜻으로까지 확장되었다.
隔은 阜가 의미부이고 (솥 력)이 소리부인 구조로, 隔璧(격벽·칸막이 벽)에서처럼 담(阜)으로 隔離(격리)시킨 것을 말했다. (솥 력)은 형상이나 용도에서 鼎(세발 솥)을 매우 닮은 용기인데, 세 개의 발(足·족)과 둥근 배(腹·복)에 두 개의 귀(耳·이)를 가졌다. 주로 제사에 쓸 고기를 삶는데 쓰였으며, 열효율을 높이기 위해 속이 빈 가랑이 발(分당足·분당족)로 만들어 놓았다.
갑골문의 자형은 (솥 력)의 이런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지금은 (솥 력)이 기물 이름 외에는 단독으로 잘 쓰이지는 않지만 融이나 獻 등에서 원래의 용도를 추정해 볼 수 있다.
融은 (솥 력)이 의미부이고 (벌레 충)이 소리부인 구조로, ‘설문해자’에서는 솥(솥 력)에서 김이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을 그렸다고 했다. 하늘로 올라간 김은 공기와 融合(융합)되고 이로부터 融化(융화)하다는 뜻이 생겼고, 김이 공기 속을 흘러 다님으로 해서 다시 金融(금융)에서처럼 유통이라는 뜻이 생겼다.
獻은 원래는 (솥 력)과 犬(개 견)으로 구성되어, 제사에 쓸 개고기를 솥에 삶는 모습으로 ‘바치다’는 뜻을 형상화 했는데, ‘살진 개를 국으로 끓여 제사상에 올린다’는 문헌의 기록은 이를 반영한다. 간혹 (솥 력) 대신 鼎이 들어가기도 했지만 의미에는 변화를 주지 않는다. 금문에 들면서 소리부인 호(범 호)가 더해져 지금의 자형이 되었다.
하 영 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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