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戰爭은 승자에게도 패자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슬픔을 남긴다. 하지만 오늘날에도 戰爭은 평화나 민주수호, 해방이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고대사회에서 戰爭은 사냥이나 수렵행위와 구분되지 않았던 생존의 수단이었다. 戰은 금문에서부터 單과 戈로 구성되었다. 單의 윗부분은 돌 구슬을 양끝에 매단 줄을 던져 짐승을 옭아매던 사냥도구를, 아래쪽은 손잡이가 달린 커다란 그물을 그렸다. 戈는 矛(창 모)가 뾰족한 창을 말하고 戟(창 극)이 끝이 갈라진 창을 말하는데 비해 낫처럼 생긴 창을 말한다.
그래서 戰을 구성하는 왼쪽의 單은 사냥도구를, 오른쪽의 戈는 전쟁을 상징한다. 원시 수렵시절은 더욱 그러했겠지만 고대사회에서 전쟁과 사냥은 둘이 아닌 하나였다. 둘 다 생존과 직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랬고, 평화 시의 수렵도구는 전쟁 시의 무기로, 평화 시의 수렵대열은 전쟁 시의 진군대열이 되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그래서 사냥은 곧 전쟁연습이었다. 따라서 戰은 戰爭이나 戰鬪(전투)가 원래 뜻이며, 예나 지금이나 戰爭 앞에서 두려워 떨지 않는 사람이 없었기에 戰慄(전율)이라는 뜻도 생겼다.
爭은 사회가 발달하면서 이후에 발생한 글자로, 소전체에서 어떤 물건을 손으로 서로 빼앗으려 다투는 모습을 그렸다. 즉 국가와 국가, 민족과 민족, 혹은 공동체와 공동체, 그리고 개인과 개인간의 다툼을 형상화한 글자이다. 그래서 爭奪(쟁탈)이나 鬪爭에서처럼 ‘다투다’가 원래 뜻이며 競爭(경쟁)의 뜻도 나왔다.
따라서 爭에 手(손 수)가 더해진 쟁(찌를 쟁)은 다툼(爭) 때문에 상대를 찌르는 동작(手)을, 言(말씀 언)이 더해진 諍은 옳은 견해를 위한 말(言) 경쟁(爭)을, 目(눈 목)이 더해진 정(눈 크게 뜰 정)은 다툼(爭)하는 과정에서 눈(目)을 부릅뜨고 상대를 노려봄을 말한다.
다툼은 언제나 싸움을 낳고, 싸우면 소리가 나게 마련이다. 그래서 爭은 싸울 때 나는 것과 같은 날카로운 소리와도 관련되어 있다. 예컨대 箏은 대로 만든 거문고 비슷한 13현의 악기를, 錚(쇳소리 쟁)은 날카로운 쇳소리를, (돌 소리 쟁)은 돌이 깨지는 소리를 뜻한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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