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奸臣列傳] [101] ‘초조해하는 사람은 말이 많다’
입력 2021.09.15 03:00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 사건 제보자인 조성은씨가 연일 방송에 등장해 이 말 저 말을 쏟아내다가 얼마 전 한 방송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해당 의혹이 처음으로 보도된 시점에 대해 언급하면서 “우리 원장님이나 제가 원했던 날짜가 아니었다”고.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박지원 국정원장이 폭로 준비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들리는 말이 분명하다.
과거 정치권 이력을 감안할 때 이 말은 의도적일 수도 있고 무심코 속셈을 내뱉은 것일 수도 있다. 의도적이라면 그것은 박 원장을 명시적으로 끌고 들어가려는 것일 텐데. 13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진행자가 “인터뷰에서 박 원장을 말한 부분은 얼떨결에 나온 표현이라는 건가?”라고 묻자 다시 “얼떨결이기도 하고”라고 답했다. 그럼 뭐가 또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일단 여기까지만 하고 나머지는 사실을 밝혀줄 시간에 맡기기로 한다. 이 대목에서 공자가 ‘주역’ 계사전(繫辭傳) 말미에서 한 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장차 배반할 사람은 그 말에 부끄러움이 있고, 마음속에 스스로 의혹을 품고 있는 사람은 그 말이 갈라진다.”
최근 그가 방송이나 소셜미디어에서 쏟아낸 말들을 쭉 읽어보니 말에 부끄러움이 있는 줄은 모르겠으나 확실히 말이 갈라진다. 말이 갈라진다는 것은 초점도 없이 이 말 저 말 쏟아낸다는 뜻이다. 문제가 되는 사건은 실상이 있다면 A4지 반 장 분량에 정리하면 모든 것이 끝날 일이다. 그 분량을 넘어서는 것은 스스로도 확신할 수 없는 말들일 뿐이다.
공자의 말을 이어간다. “초조해하는 사람은 말이 많으며 거짓으로 착한 척하는 사람은 말이 둥둥 떠다니고 지켜야 할 도리를 잃은 사람은 말이 비굴하다.”
실상이 밝혀질 때까지는 공자의 이 말을 갖고서 이번 사건 방향을 짐작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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