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99] 仁知勇
입력 2021.09.01 03:00
“다움[德]은 엷은데 자리는 높고 지혜는 작은데 도모함은 크고 역량은 모자란데 맡은 바가 크면 재앙에 이르지 않는 경우가 드물다.”
‘주역’을 풀이한 공자의 글 ‘계사전(繫辭傳)’에 나오는 말이다. 특히 여기에는 간신(奸臣)들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다움, 즉 덕(德)이란 다른 뜻이 아니라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지로 살펴야 한다. 즉 말과 행동이 다르다거나 큰소리, 헛소리, 딴소리를 해대는 자들이 바로 여기에 속한다.
공자는 특히 자리는 다움을 갖춘 자, 즉 인자(仁者)에게 줘야 한다고 했다. 자리는 일을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 점은 논공행상(論功行賞)이란 말에 담긴 깊은 뜻을 새겨보면 알 수 있다. 공로를 논해 상을 주라는 말인데 그 상에는 자리가 포함되지 않는다. 말 그대로 땅이나 작위 혹은 돈을 주라는 말이지 자리를 주지 말라는 뜻이다.
가족이 고초를 겪는데도 그 화(禍)가 위에서 말한 세 가지, 즉 자신의 무덕(無德), 무지(無知), 무용(無勇)에서 비롯된 줄 모른 채 소셜 미디어상에서 ‘멸문지화’ 운운하며 감성팔이를 해대는 조국 전 법무장관은 특히 이 구절을 음미해야 할 것이다. 무협지에 나오는 삼류 사자성어 읊어댈 게 아니라 고전에 담긴 제대로 된 글들을 만나볼 일이다.
그의 가족들이 겪고 있는 고초는 윤석열 전 총장으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니다. 모든 근원은 조 전 장관 본인이다. 그의 무덕, 부덕(不德)은 달리 말할 필요가 없다. 문 대통령 당선에 공을 세웠으면 일정한 보상을 받고 물러설 일이다. 그것은 예로부터 전해오던 일의 이치, 즉 사리다. 무지란 바로 이런 이치를 모른다는 뜻이다. 그러려면 욕심을 버리는 용기가 필요한데 가진 것이라곤 권력욕뿐이니 그런 용기가 있을 리 없다. 소셜미디어 하며 검찰·언론·세상 원망할 시간에 이런 공부도 하길. 물론 하지도 않겠지만. 이런 사람을 공자는 ‘고자(固者)’라 했다. 조금도 개선될 여지가 없는 자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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