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열전

[이한우의 간신열전] [100] 간신천하

bindol 2021. 9. 8. 10:11

[이한우의 간신열전] [100] 간신천하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https://www.chosun.com/nsearch/?query=%EC%9D%B4%ED%95%9C%EC%9A%B0%EC%9D%98%20%EA%B0%84%EC%8B%A0%EC%97%B4%EC%A0%84

 

www.chosun.com

입력 2021.09.08 03:00

 

 

장준(張浚·1094~1164)은 중국 송나라의 명신(名臣)이다. 그는 유가 경전에도 밝아 많은 저서를 남겼고 동시에 금나라가 침입하자 여러 차례 물리치는 공로도 세운 문무겸전(文武兼全)의 인물이었다. 그가 남긴 글 중에 군자와 소인을 판별하는 법이 있어 소개한다.

 

“내 몸에 사사로움이 끼어들지 못하게 하고 천하의 백성을 내 마음으로 삼는 것, 이렇게 하는 것이 군자요, 내 몸을 꾀의 실마리로 삼는 것이 아주 깊은 반면 천하 백성의 이해(利害)는 전혀 내 소관이 아니라고 여기는 것, 이렇게 하는 것이 소인이다.

 

또 도리를 행하는 데 뜻을 두고서 명예를 추구하지 않으며 그 자신에게 돌아가는 것, 이것이 군자의 길이요 이익을 얻는 데 뜻을 두고서 허장성세하며 헛된 명예를 추구하는 것, 이것이 소인의 길이다.

 

또 그 말이 굳세고 바르며[剛正] 굽힐 줄 모르고[不撓] 아첨하거나 자랑하는[阿徇] 뜻이 없는 것, 이것이 군자의 말이요, 말의 기운이 살랑거리고 허망하며 오직 임금의 뜻에만 맞추려고 애절할 정도로 낯빛까지 아첨해대는 것, 이것이 소인의 말이다.

 

다른 사람의 좋은 점을 이끌어주는 것을 즐기고 다른 사람의 나쁜 점을 언급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 이것이 군자의 처신이요, 다른 사람에게 좋은 점이 있으면 반드시 그 모자란 점을 공격하여 그 좋은 점을 가리고 다른 사람이 허물이 있으면 맘껏 비웃으며 자기의 이익으로 삼으려는 것이 마치 보배라도 얻은 것처럼 행동하고 여러 사람의 말을 두루 끌어당겨서 마음대로 왜곡하고 임금 앞에서는 뭐가 됐건 반드시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하려 하는 것, 이것이 소인의 처신이다.

 

끝으로 (벼슬에) 나아갈 때는 어렵게 하고 물러날 때는 쉽게 하는 것, 이것이 군자요, 벼슬을 탐내어 무슨 짓이라도 하고 멸시를 당해도 염치를 모르는 것, 이것이 소인이다.”

이 글을 잣대로 2021년 대한민국 정치권을 짚어보면 부끄럽게도 그냥 ‘소인천하’ ‘간신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