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 이야기

[한자 뿌리읽기]<93>아전(雅典)

bindol 2021. 9. 15. 05:18

[동아일보]

아테네의 열기가 한껏 느껴지는 요즈음이다. 아테네를 한자로는 ‘雅典’이라 옮기고 현대 중국어로는 ‘야뎬’으로 읽는다.

雅는 추가 의미부이고 牙가 소리부인데 추는 갑골문에서 목이 짧은 새의 모습을 그렸고 牙는 어금니를 그린 글자이다. 그래서 雅는 까마귀가 원래 뜻이다.

지금의 까마귀는 그다지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갖지만 옛날에는 상당히 신비한 새로 인식되었던 것 같다. 고구려 벽화에는 태양을 상징하는 발이 셋 달린 까마귀(三足烏·삼족오)가 그려졌고 ‘삼국사기’ 등에는 사람이 해야 할 바를 알려 주거나 일어날 일을 예고해 주는 영험한 새로 그려지고 있다. 중국도 마찬가지여서 붉은색이나 황금색을 한 까마귀는 태양의 상징이자 孝鳥(효조·효성스러운 새)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가 하면 일본에서는 신들의 使者(사자)로, 아메리카 인디언들에게는 조물주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상징성 때문에 까마귀를 뜻하는 雅에는 高雅(고아)에서처럼 優雅(우아)하다는 뜻이 생겼다. 옛날, 표준어를 뜻하는 雅言(아언)은 우아한 말을 뜻하고, ‘시경’에 수록된 大雅(대아)나 小雅(소아) 등은 아름다운 음악을 말한다.

典은 갑골문에서 두 손으로 책(冊)을 받쳐 든 모습을 그렸다. 금문에 들면서 두 손은 탁자(V)로 바뀌었으며 예서에서 조금 변해 지금처럼 되었다. 종이가 나오기 전 옛날의 책은 대나무 조각(竹簡·죽간)에다 글을 쓰고 이를 끈으로 묶어 만들었는데 이를 그린 글자가 冊이다. 그래서 典에 반영된, 두 손으로 받들거나 탁자 위에 올려놓은 冊은 ‘설문해자’의 ‘(삼황)오제 때의 책’이라는 해석처럼 귀중한 책이자 이전의 문물제도를 기록해 생활의 본보기로 삼을 수 있는 책이었을 것이다. 이 때문에 典에는 典範(전범)과 같이 표준이나 법칙이라는 뜻과 典章(전장)과 같이 문물이나 제도라는 의미가 생겼다.

그리스신화에서 까마귀는 예언의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해서 예언의 신 아폴론과 여신 아테나의 聖鳥(성조)이기도 하다. 잘 알다시피 아테네라는 도시 이름은 그 도시의 수호신인 아테나라는 여신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아테네를 한역하면서 ‘雅典’이라 한 것은 일차로 독음을 고려한 것이겠지만 優雅하고 古典(고전)적인 아테네의 도시 특성은 물론 아테네의 수호신 아테나의 상징 새가 까마귀라는 신화까지 고려하여 대응 어휘를 만들어낸 것으로, 그 세심함과 관찰력이 칭찬할 만하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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