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 이야기

[한자 뿌리읽기]<108>중추(仲秋)

bindol 2021. 9. 15. 05:36

[동아일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은 한가위가 주는 넉넉함과 풍요로움을 잘 반영하고 있다. 한가위를 중국어로는 ‘중추(仲秋)’라 하는데, 가을(秋)의 한가운데(仲)에 놓인 때의 명절이라는 뜻이다.

仲은 人(사람 인)과 中으로 구성되어 항렬에서 가운데(中)에 해당하는 사람(人)을 말하며, 이후 가운데라는 일반적인 의미로도 확장되었다. 그래서 中은 소리부도 겸한다.

中은 갑골문에서 동그라미(○)에 세로획(곤)이 더해졌는데, 금문(왼쪽 그림)에서는 세로획의 아래위로 같은 방향으로 나부끼는 깃발이나 장식용 술이 더해져 이것이 깃대를 그렸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중간의 동그라미는 깃대를 꽂아놓은 어떤 영역을 상징하는 부호일 것이다.

옛날 부족이나 씨족 집단에서 중대사가 있을 경우, 그들을 상징하는 부호를 그린 깃발을 부착한 깃대를 세우고 이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이게 했다. 모여든 군중 사이로 깃대가 꽂힌 곳이 그들의 中央(중앙)이자 中心(중심)이었다. 그래서 中에 中心이라는 뜻이, 물체의 중심은 내부이자 안쪽이므로 ‘속’이라는 뜻이, 다시 中間(중간)이나 中途(중도), 的中(적중) 등의 뜻도 생겼다.

특히 的中이 화살이 과녁의 중심을 꿰뚫은 것을 뜻하듯, 中은 어떤 쪽으로도 쏠리지 않은 한가운데를 뜻하기에 이에는 치우침 없이 마침맞다는 의미를 가진다. 그래서 忠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中) 곧은 마음(心)을 말하며,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고 어느 한편으로 치우치지 않고 떳떳하여 변함이 없는 것'을 中庸(중용)이라 한다.

秋는 禾(벼 화)와 火(불 화)로 구성된 지금의 모습과는 달리 갑골문(오른쪽 그림)에서는 불(火)과 메뚜기가 함께 그려졌다. 이후 禾가 더해지고 메뚜기를 그린 형체가 탈락하여 지금의 秋가 되었다. 가을은 온갖 곡식이 익어가는 수확의 계절이다. 하지만 당시 수확의 가장 큰 적이 메뚜기 떼였던지, 메뚜기를 불태우는 모습으로 ‘가을’의 의미를 그렸다.

농경사회를 살았던 고대 중국에서 농작물을 收穫(수확)하는 가을은 일 년 중 가장 중요한 시기로 여겨졌을 것이다. 그래서 秋는 단순히 가을이라는 계절의 의미를 넘어서 한 해 전체를 상징하기도 했다. 예컨대 千秋(천추·천 년)와 一日如三秋(일일여삼추·하루가 삼 년같이 길게 느껴짐)에서의 용법이 그러하다. 또 春秋(춘추)는 봄과 가을이라는 의미로부터 세월이나 나이라는 의미까지 뜻하게 되었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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