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開는 고문(왼쪽 그림)에서 두 손(공·공)으로 대문(門)의 빗장(一)을 여는 모습을 그렸다. 이로부터 ‘열다’는 뜻이, 문을 밖으로 열어젖힌다는 의미에서 開放(개방)의 뜻이, 다시 開闢에서처럼 시작이라는 의미가 나왔다.
開와 유사한 구조를 가진 한자들은 대단히 많다. 예컨대 開와 대칭적 의미를 가지는 閉는 금문에서 門(문 문)과 나무 자물쇠를 걸어 둔 모습으로 문을 ‘잠그다’는 의미를 형상화했으며, 關은 문(門)에다 빗장을 걸고 다시 실(요·요)로 묶어 둔 모습을 그렸다.
闢은 의미부인 門과 소리부 겸 의미부인 (벽,피)(임금 벽)으로 이루어졌는데, (벽,피)은 원래 형벌 칼(辛·신)로 몸(尸·시)의 살점을 도려낸 모습으로 사형의 의미를 그렸다. 그러한 형벌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벽,피)에는 ‘임금’의 뜻이, 도려낸 살점이라는 의미에서 갈라내다나 壁(벽 벽)과 避(피할 피)에서처럼 어떤 것으로부터 분리되다는 뜻이 담겼다. 그래서 闢은 두 쪽으로 된 문(門)이 활짝 열리듯 하늘이 갈라지는((벽,피)) 것을 뜻하여, 하늘이 처음 열림을 형상화한 글자이다.
또 閃은 문(門) 사이로 사람(人·인)이 언뜻 스쳐지나가는 모습을, 聞(들을 문)은 문틈으로 귀(耳·이)를 대고 엿듣는 모습을, 間(사이 간)은 문틈으로 비추어 들어오는 햇빛(日·일)을 그렸으며, 閒(틈 한)은 문틈으로 스며드는 달빛(月·월)으로부터 틈이라는 의미를 형상화했고 다시 시간적 의미의 ‘여가’로 발전한 글자이다.
하늘을 말하는 天은 갑골문(오른쪽 그림)에서 뜻밖에도 사람의 정면 모습(大·대)에 머리를 크게 키워 놓은 모양이다. 다른 여러 민족들이 ‘하늘’의 개념을 그리면서 실존하는 하늘의 모습을 그린 것과는 매우 다른 모습이다. 사실 갑골문에서의 天은 하늘보다는 天刑(천형·정수리를 뚫는 고대의 형벌)에서처럼 정수리라는 뜻으로 쓰였다. 이후 天이 ‘하늘’이라는 뜻으로 쓰이자 정수리라는 원래 뜻은 顚(꼭대기 전)으로 분화해 나갔다.
정수리를 뜻했던 天이 하늘을 뜻하게 된 것은, 사람이라는 잣대를 통해 자연물을 관찰할 때 사람의 제일 꼭대기인 정수리에 이어져 있는 존재가 바로 하늘이기 때문이다. 사람과 맞닿아 있는 존재가 하늘이었기에, 고대 중국에서 하늘은 인간과 대립적 존재가 아니라 언제나 사람과 맞닿아 있고 연계되어 있는 친인간적인 존재였다. 천인관계를 중시해 온 전통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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