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文字는 지금 한 단어로 쓰이지만 文과 字는 원래 서로 다른 뜻이다. 文은 더 이상 분리되지 않는 기초자를, 字는 기초자인 文이 둘 이상 합쳐진 합성자를 말한다. 文은 지금은 글자를, 그리고 글자가 모여 글이 되기에 文章(문장)을 뜻하지만, 최초에는 ‘무늬’를 뜻했다. 文은 갑골문(왼쪽 그림)에서 사람의 가슴 부위에 칼집을 새겨 넣은 모습이다. 무슨 목적으로 몸에다 칼집을 내었던 것일까? 그 대상은 산 사람이었을까 죽은 사람이었을까?
원시 수렵시절, 하늘로부터 받은 수명을 다하여 죽는 자연사보다는 수렵이나 전쟁 과정에서 죽는 사고사가 훨씬 많았을 것이다. 원시인들은 사고로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동료를 보면서 몸속에 든 영혼이 피를 타고 나와 육체로부터 분리되는 바람에 죽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드물긴 했지만 피를 흘리지 않은 채 죽은 사람이 나왔으며, 그럴 경우에는 영혼이 육체로부터 분리될 수 있도록 인위적으로 칼집을 새겨 피가 흐르도록 했다. 그래도 피가 흐르지 않을 때에는 朱砂(주사·붉은색 안료)를 시신에 칠하거나 뭉친 흙을 붉게 칠해 시신 주위에 뿌렸는데, 이는 ‘피 흘림’을 통해 영혼이 육체로부터 분리되도록 하기 위한 주술 행위였다.
이로부터 文에는 무늬라는 뜻이 나왔고, 글자가 획을 교차시켜 무늬처럼 만든 것이기에 ‘글자’라는 뜻이 생겼다. 이후 文은 글을 주로 하는 文人(문인)이라는 의미까지 갖게 되었는데, 斌은 文과 武(굳셀 무)를 함께 갖추었을 때 아름답고 ‘빛날’ 수 있다는 의미를 그려낸 글자이다. 文과 武의 균형을 생각했던 고대인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글자이다.
그러자 무늬라는 뜻은 (멱,사)(가는 실 멱)을 더한 紋으로 분화되었는데, 베를 짤 때의 무늬가 가장 인상적이었기에 그랬다. 그래서 文이 더해지면 언제나 무늬처럼의 화려함이나 베의 상징과 관련되어 있다. 예컨대 문은 무늬(文)가 화려하게 빛나는(삼·삼) 모습을, 雯(구름무늬 문)은 화려한(文) 구름(雨·우)을 뜻하며, 紊은 베의 무늬((멱,사))처럼 ‘어지럽게’ 뒤엉킨 무늬를 말한다.
字는 금문(오른쪽 그림)에서 면(집 면)과 子(아이 자)가 합성된 글자로, 원래는 집안에서(면) 아이(子)를 낳아 자손을 불려가듯 ‘불려나가다’는 것을 뜻했다. 하지만 이후 字는 字가 더 이상 분리되지 않는 기초자인 면과 子가 더해져 만들어졌듯 기초자(文)가 둘 이상 결합하여 만들어진 글자를 뜻하게 되었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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