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현대 사회에서 權力이란 종종 부정적인 어휘로 읽힌다. ‘權力’에서 우리는 평등보다는 억압을, 사회의 수평적 관계보다는 수직적 관계를, 합의나 협상보다는 명령에 대한 무조건적 순종을 떠올린다. 하지만 權力의 뿌리는 저울에서 출발했다.
權은 의미부인 木(나무 목)과 소리부인 i으로 구성되었는데, i은 갑골문에서 볏이 나고 눈이 크게 그려진 왜가리의 모습을 그렸다. 權은 처음에는 노란 꽃이 피는 黃華木(황화목)을 지칭했으나 이후 양쪽의 평형을 잡아 무게를 재는 기구인 저울의 추를 뜻하게 되었다. 力은 쟁기의 모습으로써 ‘힘’이라는 의미를 형상화한 글자이다.
威는 금문에서 女와 戌로 구성되었는데, 女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앉은 여인을, 戌은 날이 둥근 큰 도끼를 그렸다. 도끼는 중국에서 사람을 죽이는 도구이자 權威의 상징이다. 그래서 威는 남의 생살권을 쥔(戌) 여인(女)라는 뜻으로, 시어머니(姑·고)를 말했다. 시어머니는 집안에서 여자의 우두머리여서 며느리 등에 대한 생살권을 가졌다고 해석하기도 하지만, 그전 원시 모계사회의 정황을 고려한다면 한 가족과 부족의 대표자이자 우두머리로서의 역할을 담당했던 가장 나이 많은 여인을 상징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는 구성원의 운명과 미래를 책임졌을 뿐 아니라 그들의 생살권까지 가졌던 것이다.
이렇게 볼 때, 權力이란 사람들의 관계에 평형을 부여하고, 무게 중심을 잡아 주는 평등의 개념에서 출발했다. 權力의 力은 단순한 힘을 말하기에, 權力은 인간의 관계에서 힘을 재는 기구를 의미하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권력이 인간관계의 균형을 잡아 주는 저울의 역할에 충실한다면, 권력이 생산적이라고 말한 철학자 푸코의 주장은 상당한 의미를 지닐 수 있다.
하지만 저울이 그러한 평형을 가져다주기 위해서 가장 우선되는 것은 저울 자체에는 오류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저울이 저울로서의 기능도 할 수 없을뿐더러 어떠한 신뢰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權威의 威에는 저울의 역할을 하는 사람에게 쉽게 이의를 제기할 수 없도록, 생사여탈의 도구인 도끼가 부여되었다. 따라서 權威란 權力과는 달리 절대로 도전할 수 없는 것이라는 의미가 들어 있다. 그래서 權威는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힘이자 중심이며, 그것을 흔들면 사회 전체가 흔들린다는 지고의 진리가 들어 있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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