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빙은 갑골문에서는 두 개의 얼음덩어리를, 금문에서는 얼음이 될 때 부피가 불어나 위로 부풀어 오른 모습을 형상적으로 그렸다. 이후 얼음이 물에서 만들어짐을 강조하기 위해 水(물 수)를 더한 빙(얼음 빙)이 되었고, 다시 줄어 氷이 되었다.
물이 얼어 얼음이 되는 것, 즉 액체가 고체로 변하는 현상은 대단히 신비한 발견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반응을 표현할 글자가 필요했는데, 凝固(응고)에서의 凝(엉길 응)이 그것이다. 凝은 빙이 의미부이고 疑(의심할 의)로 구성되었는데, 疑는 갑골문에서 머리를 돌려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모습으로부터 疑心(의심)의 의미를 담아 낸 글자다. 그래서 凝은 물인지 얼음(빙)인지 아직 의심(疑)이 가는 結氷(결빙)의 진행 단계를 말한 것으로 보인다.
‘얼음은 물에서 만들어지지만 물보다 더 차다(氷水爲之 而寒於水·빙수위지 이한어수)’는 말은 ‘순자’에 나온 것으로, ‘푸른색은 쪽색에서 나왔지만 쪽색보다 더 푸르다’는 말과 대칭되는, 배움의 과정에서 언제나 견지해야 할 멋진 경구이다.
이 밖에도 빙부수에 귀속된 冬(겨울 동), 冶(불릴 야), 冷(찰 랭), 凉(서늘할 량) 등은 모두 얼음과 관련되어 있다.
冬은 갑골문에서 실 끝에 매달린 베틀 북을 그려 베 짜는 계절이 바로 ‘겨울’임을 그렸는데, 이후 의미를 명확하게 하고자 빙을 더해 지금처럼 되었다.
冶는 금문에서는 사람(人·인)이 쇠 조각을 다듬는 모습으로부터 제련의 의미를 그렸으나, 소전체에서 빙과 台(별 태)의 결합으로 변해 쇠를 녹여 금속을 분리해 내는 작업을 형상화했다. 필요한 금속을 광석에서 분리하기 위해서는 원석을 물처럼 액체로 녹여야 하고, 분리된 금속은 다시 얼음처럼 고체로 변하는 데서 빙이 의미부가 되었다.
凉과 冷은 각각 의미부인 빙과 소리부인 令(영 령)과 京(서울 경)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우두머리가 내리는 명령(令·령)이 얼음(빙)처럼 차게(冷) 들렸기에, 높은 집(京·경)에 올라서면 바람이 얼음(빙)처럼 서늘하게(凉) 느껴졌기에 그렇게 표현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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