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力은 갑골문에서 쟁기를 그렸다. 동물이 쟁기를 끌기 전에는 사람이 직접 끌었기에 力에는 ‘體力(체력)’이나 ‘힘’의 뜻이, 다시 능력이나 위력, 나아가 강제하다는 의미가 생겼다.
밭(田·전)에 나가 쟁기(力)를 끄는 것은 전통적으로 남자(男·남)의 몫이었고, 그런 힘은 남성의 상징이었다. 이후 男은 남성의 존칭으로 쓰여, 고대 중국에서는 公(공)·侯(후)·伯(백)·子(자)와 함께 주요 지배계급의 하나를 뜻하기도 했다.
원시 공동체 생활을 하던 시절, 쟁기는 혼자보다는 여럿이 함께 끌었을 것이다. 쟁기(力)가 여럿 모인 모습이 협(힘 합할 협)이다. 여럿이 함께 쟁기질을 하려면 구령이나 노래가 필요했을 것이다. 바로 협의 아래쪽에 口(입 구)가 더해진 글자가 協(맞을 협)의 옛 형태인데, 구령이나 노래에 맞추어 함께 일하던 모습이다.
하지만 쟁기를 끌 수 있는 성인 남성(男)에 비해 어린 아이는 힘(力)이 약하고 작을(요·요) 수밖에 없으며, 여기서 만들어진 글자가 幼(어릴 유)이다. 이처럼 힘(力)이 적은(少·소) 것은 남에 뒤지는 열악한(劣·렬) 존재였다. 이에 비해 무거운 청동 종(甬·용)을 들 수 있는 힘(力)은 용기(勇·용)의 상징이었다.
功(공 공)을 구성하는 工은 중원지역에서 황토를 다져 성과 담을 쌓던 절굿공이를 그렸고, 그것이 가장 중요한 도구였기에 ‘도구’의 대표가 되었다. 그래서 功은 적으로부터 자신들을 지켜줄 울이나 성을 절굿공이(工)로 힘껏(力) 다져 만드는 모습이며, 이로부터 ‘일’이나 ‘작업’의 뜻이 생겼다.
努(힘쓸 노)를 구성하고 있는 奴(종 노)는 여자(女·여)에게 일을 시키는(又·우) 모습에서 그런 존재가 바로 ‘奴婢(노비)’라는 의미를 그린 글자이며, 노비(奴)처럼 힘껏(力) 일하는 것이 바로 努이다. 하지만 남이 강제하는 일은 결코 유쾌한 일이 될 수 없다. 아니 불쾌를 넘어서 화나거나 분노할(怒·노) 일이다. 또 劫은 억지 힘(力)으로 가도록 하는(去·거) 것을 말하며, 이에서 위협이나 劫奪(겁탈)의 의미가 생겼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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