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01] 성실의 의미
입력 2021.10.15 03:00
한국인의 언어 습관에서 ‘성실(誠實)’은 ‘부지런하고 착실한’이라는 의미로 통용된다. 성실한 사람은 보통 태도가 반듯하고 주어진 일을 요령 피우지 않고 열심히, 꾸준히, 묵묵히 해나가는 사람을 말한다. 그러한 탓인지 성실의 영어 번역어를 인터넷으로 찾아보면 대개 ‘diligent’나 ‘hard working’이라는 답변이 나온다.
그러나 성실의 본래 뜻은 그와는 차이가 있다. 성실의 사전적 의미는 ‘정성스럽고 참됨’이다. 주된 뜻은 거짓이 없다는 것이다. 성(誠)과 실(實)은 모두 있는 그대로의 참됨[眞]이 본래 뜻이다. 誠은 유교의 가르침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최상위 덕목이다. 중용(中庸)은 誠을 ‘진실무망(眞實无妄)’으로 해석한다. 거짓 없는 진실함, 헛되거나 사사로운 이득을 바라지 않는 誠이야말로 천도(天道)의 본질이자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 경지라는 것이다.
‘세이지쓰(誠實)’로 발음하는 일본어의 성실은 이러한 본래 뜻에 가깝다. 이에 더하여 타인을 대하면서 꾸밈이나 속임이 없는 마음의 깨끗함이라는 뜻으로 성실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는 불성실이라 하면 나태⋅게으름을 떠올리지만, 일본인에게 후세이지쓰(不誠實)는 남을 속이는 허위⋅기만을 의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인간관계의 기초인 믿음[信]과 직결되는 성정으로서 성실하다는 말은 일본 사회에서 최고 칭찬으로 통한다. 그래서 세이지쓰는 영어로 ‘sincere and true’ 또는 ‘integrity’로 번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치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이렇게 말한다. “사람을 뽑을 때는 세 가지 자질을 봐라. 성실(integrity), 지적 능력(intelligence), 열정(energy). 만약 그 사람에게 첫째 자질이 없다면 나머지 둘은 너를 파멸시킬(kill) 것이다.” 한국 사회의 관심이 온통 나라의 지도자를 뽑는 데 집중되어 있다. 나라의 가장 높은 공직자를 뽑는 데에 버핏의 통찰만큼 의미심장한 지혜와 충고가 또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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