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02] 다케다 신겐의 절반의 승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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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10.29 03:00
다케다 신겐(武田信玄·1521~1573)은 지략과 용맹을 겸비한 전국(戰國) 시대 명장으로 이름이 드높다. ‘가이(甲斐·지금의 야마나시현)의 호랑이’ 소리를 들으며 천하 통일에 가장 먼저 다가섰지만,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뜻을 이루지 못한 불운의 인물이기도 하다. 미완의 역사 주인공이라 그런지 지금도 그를 둘러싼 일화와 속설이 세간의 관심을 끌며 회자되곤 한다.
신겐은 ‘72전 49승 3패 20무’의 전적을 거두었다고 한다. 역사가들은 이기기 이전에 지지 않는 싸움을 중시한 그의 전략이 패권 경쟁에서 치고 나간 비결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그에게 지지 않는 싸움의 관건은 사람이었다.
다케다가(家)에 전승되는 ‘갑양군감(甲陽軍鑑)’에는 “사람이 곧 성(城)이고 성벽이며 해자(垓字)다. 정(情)은 편을 만들고 앙심은 적을 만든다”는 그의 어록이 남아 있다. 정성으로 사람을 대하여 마음을 얻되 모욕하여 적으로 만드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신겐의 리더십은, 우수한 인재들이 출신과 신분을 뛰어넘어 휘하에서 활약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신겐은 싸움에 임할 때 오분(五分) 승리를 ‘상’으로 치며, 칠분 승리는 ‘중’, 십분 승리는 ‘하’라는 말을 즐겨했다. 절반의 승리는 더욱 분발하려는 의욕을 부르지만, 칠분 승리는 마음의 해이해짐을, 십분 승리는 건방져짐을 부른다는 것이다. 인간 만사 크게 이기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항상 마음의 끈을 동여매도록 긴장과 자극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신겐의 통찰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현대 민주주의 원리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특정 정당이나 세력에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되면 교만⋅독선⋅부패의 유혹에 빠지기 십상이다. 이념에 경도되지 않고 안정과 변화의 조화를 이루는 성숙한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의회 내 견제 구도와 시의적절한 정권 교체 압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신겐의 ‘절반 승리론’이 현대인들에게 제시하는 지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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