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행(言行)은 군자지추기(君子之樞機)이니 추기지발(樞機之發)이 영욕지주야(榮辱之主也)라. 언행(言行)은 군자지소이동천지야(君子之所以動天地也)니 가불신호(可不愼乎)라.
‘주역’의 ‘계사전’ 제8장에서 공자는 ‘언행’의 중요성을 이같이 강조한다. “언행은 군자의 추기(중추가 되는 것)니 이의 발함이 영욕의 주가 되느니라. 군자의 언행은 천지를 움직이니 어찌 신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군자가 집에서 한마디 하더라도 그 말이 선하면 천 리 밖에서도 호응하는데 하물며 가까운 데서랴!
이 말씀을 붙들고 산 미수 허목(1595∼1682) 선생은 저서 ‘미수기언’ 서문에 이렇게 적고 있다. “언행은 군자의 추기로서(…) 천지를 움직이는 것이니 삼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며 ‘계사전’ 말씀으로 날마다 반성하고 힘쓰며 ‘나의 글을 기언(記言)이라 한다’고. 선생은 앞일을 내다보는 식견이 있었다. 이인(異人·도술과 이적을 부리는 신인)이라는 그 별호에 관심이 끌렸지만 ‘미수기언’을 통해 알게 된 인품과 학문에 더욱 머리가 숙어진다.
선생이 앓아눕자 현종은 어의를 보내 살피게 했다. 80대 노정승은 젊은 왕에게 감은하고 차자(箚子)를 올려 이같이 진언한다. “… 삭녕 앞 강물이 끊어졌으니 이는 극도의 재변입니다. … 천도(天道)가 사람들을 경고하매 재변을 반전시켜 상서가 되게 함은 임금의 덕에 달린 것이니 … 전하께서 하늘을 대신해 만물을 다스리시되, 잘못하지도 태만하지도 말며 … 부정(不正)으로 정도(正道)를 해치지도 말며, 번거롭게 법을 만들어 옛 헌장을 어지럽히지도 말고, 쓸데없는 일로 유익한 일을 해치지도 말아서 억만년 한없는 복을 이룩하소서.” 선생은 삼척 부사로 있을 때 ‘척주동해비’를 써서 해일을 막은 적도 있다. 군자의 언행은 가히 천지를 움직인다.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