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죽음이 삶보다 고귀하다’고 믿고 있던 나의 희망과 조언은, 결국 이 불유쾌로 가득 찬 삶이라는 것을 초월할 수 없었다. (…) 나는 지금도 반신반의하는 눈으로 물끄러미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고 있다.
일본의 국민작가 나쓰메 소세키(1867∼1916)의 수필집 ‘유리문 안에서’의 글이다. 연하 청년과 연애에 빠져 그를 자살케 한 과거를 가진 여자가 찾아왔다. 그녀는 자살할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고백했다. 평소 죽음을 삶보다 더 편안한 것이라고 믿던 소세키가 그녀에게 불쑥 던진 말은 “죽지 말고 살아 달라”는 것이었다. 그는 결미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지금 그런 두 마음을 생각하고 있다.”
흑백논리에 빠지지 않고 양쪽 다 고려해보는 신중한 그의 태도가 침착한 용모에 겹쳐서 떠올랐다. 고령의 양친에게서 5남 3녀의 늦둥이로 태어난 그는 환영받지 못한 존재였다. 어느 고물상의 수양아들로 보내졌지만, 곧 되돌아왔고, 두 살 때 시오바라 쇼노스케의 양자로 보내졌으나 양부모의 불화로 매일 밤잠을 설쳐야 하는 환경에서 다시 본가로 돌아온 것은 아홉 살 때였다.
양부는 14년 전 겐조(소세키)가 쓴 증서를 갖고 찾아와 복적(復籍)의 대가로 금품을 요구했다. 소세키는 그때의 아픔을 소설 ‘미치쿠사(道草)’에서 털어놓았다. “뭐, 생가에 맡겨뒀으니까 어떻게든 되겠지. 그 사이 겐조가 커서 일할 나이쯤 되면 그땐 소송을 해서라도 뺏어오면 돼.”
친부에게 그가 허드레 물건 취급을 받았다면, 양부에게는 당장 무슨 도움을 받으려는 이용물일 뿐이었다. 그러나 소세키는 겐조의 눈을 통해 양부는 물론 자신마저 ‘신의 눈’으로 물었을 때 양부와 같은 존재가 아닐까 반문한다. “만약 신의 눈으로 내 일생을 본다면 이 욕심 덩어리 노인과 별반 다르지 않으리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고 쓰고 있다.(48장) 그는 늘 자기를 성찰하고 객관화하는 두 개의 눈을 가슴에 지닌 작가였다.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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