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난자의 한줄로 고전

차별 없는 죽음

bindol 2021. 10. 24. 04:16

유일하게 불멸의 것인 죽음은 우리를 차별 없이 대해준다. 죽음이 주는 평온과 위로는 만인의 것이다. 깨끗한 사람이나 때 많이 묻은 사람이나, 부자나 가난뱅이나(…)

마크 트웨인(1835∼1910)이 죽음을 앞두고 쓴 글이다. 어려서 부친을 잃은 그는 인쇄공을 거쳐 미시시피강에서 키잡이 생활을 했다. 증기선 폭발로 동생을 잃고 어린 아들과 아내, 딸들이 먼저 세상을 떠나 덩그러니 혼자 남아 죽음을 사색하며 ‘인간이란 무엇인가’ ‘내 인생의 전환점’ 같은 책을 썼다. 75세 때 쓴 글이다. 죽음의 위로가 필요했을까?

1910년 4월 20일, 밤하늘에 핼리혜성이 나타났다. 트웨인은 이 별과 함께 떠나고 싶다고 했는데 실제로 그는 이 별을 보지는 못하고 그 이튿날(21일) 유명을 달리했다. 뉴욕주 끝에 있는 엘미러의 우들론 공동묘지를 찾은 것은 20년 전 어느 여름날이었다. 그의 묘비는 밤하늘의 핼리혜성을 고려한 듯 이름과 생몰 연도가 하늘을 향해 있었다. 별과의 접선을 위한 사인 같았다. 크기가 다른 각양각색의 묘석들이 즐비했다. 여기에 누운 사람들은 대체 어떤 생을 살았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자 트웨인의 유고인 ‘불가사의한 이방인 No.44’가 떠올랐다. 무일푼의 인쇄소 직공 아우구스트는 불가사의한 이방인 No.44의 도움을 받아 정신적으로 높은 단계에 이르는데 No.44는 다시 그에게 조언을 건넨다.

 


“인생은 환상적인 한바탕 꿈일 뿐.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하느님과 인간, 이 세상, 태양과 달, 수많은 별, 이 모든 게 하나의 꿈이야. 그것들은 존재하지 않아. 텅 빈 공간과 너를 제외하고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No.44를 통해 작가의 진심을 듣는다. 텅 빈 무대의 시간뿐, 그때 “아무도 이곳에 온 일이 없고, 아무도 여기를 떠나지 않았으며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 사뮈엘 베케트가 생각났다. 불교에서 말하는 ‘생사거래(生死去來)’ 없음을 그들은 이같이 짚었다.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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