虛 妄
*빌 허(虍-12, 4급)
*헛될 망(女-6, 3급)
‘그는 권력에 허망을 느끼고 스스로 권좌에서 물러났다.’의 ‘허망’이란 표기로는 음을 알기는 쉬워도 뜻을 알기는 어렵다. 의미 힌트가 담겨 있는 ‘虛妄’란 두 글자를 야금야금 뜯어보자.
虛자는 의미요소인 ‘언덕 구’(丘)와 발음요소인 ‘호랑이 호’(虎)의 생략형(虍)으로 구성된 글자다. 발음요소인 虍(호)가 부수로 지정된 예외적인 글자다. ‘큰 언덕’(a great hill)이 본뜻이다. ‘텅 비다’(hollow; quite empty) ‘헛되다’(in vain; uselessly)는 뜻으로도 쓰인다.
妄자는 ‘미친 듯이 날뛰다’(狂亂 frenzy; fury)는 뜻을 위해서 고안된 글자인데, 왜 ‘여자 여’(女)가 부수이자 의미요소로 쓰였는지? 객관적인 근거는 없다. 亡(망할 망)은 발음요소다. 후에 ‘거짓말’(a lie)을 뜻하는 것으로 확대 사용됐다.
虛妄은 ‘실속 없고[虛] 헛됨[妄]’, ‘거짓이 많아 미덥지 않음’을 이른다. 초당사걸(初唐四傑)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시인 왕발(650-676)은 27세로 세상을 떠났지만 많은 시를 남겼다. 그가 지은 불후의 명작 ‘등왕각서’(縢王閣序) 중에 이런 명언이 있다.
“흥겨움이 다하면 슬픔이 닥치나니,
성공과 실패는 다 운명에
달렸음을 알아야 한다.”
興盡悲來 흥진비례,
識盈虛之有數 식영허지유수 - 王勃왕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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