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산책

[수학산책] 고대 이집트에서는 '삼각형 밧줄'로 농장 크기를 측량했어요

bindol 2021. 10. 28. 04:46

 

[수학산책] 고대 이집트에서는 '삼각형 밧줄'로 농장 크기를 측량했어요

기하학

박물관에 가면 가끔 삼각형, 사각형 등 다양한 도형들로 장식된 작품들을 볼 수 있습니다. 기하학적 문양이라고 부르는데요. 기하학은 선과 면, 도형 등의 모양, 크기, 상대적인 위치 그리고 공간의 성질에 대해 연구하는 수학의 한 분야입니다. 유프라테스와 티그리스강, 나일강, 인더스강, 그리고 황하 유역에서 일어난 고대 문명을 '세계 4대 문명'이라고 하죠. 이 고대 문명 가운데 기하학과 관련해서 주목할 곳이 바로 이집트의 나일강입니다.

 고대 이집트에서 밧줄로 측량하는 모습이에요. /위키피디아

이집트에서 기하학은 왜 발달했을까요? 기원전 3000년부터 번성하기 시작한 이집트 문명 사람들은 생존에 필요한 물 전부를 나일강에 의존했기 때문에 기원전 5세기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이집트를 '나일강의 선물'이라고 했어요. 헤로도토스가 이렇게 말한 이유는 매년 6월 중순부터 10월 하순까지 나일강 상류인 에티오피아 고원에 정기적으로 내리는 비 때문에 나일강 하류가 흘러넘쳤기 때문입니다. 이 홍수가 나일강 하류에 매우 비옥한 농토를 만들어 주었고 매년 풍년을 맞게 했습니다.

그런데 넘치는 나일강 때문에 이집트인들은 땅을 매년 다시 측량해야 했다고 해요. 이집트 농토는 거대한 나일 강 줄기를 따라 퍼져 있었는데, 매년 여름이면 홍수가 나서 강물이 둑을 넘고 땅이 모두 잠겼어요. 그래서 땅을 가지고 있던 농부들은 홍수가 날 때마다 자기 땅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었습니다.

당시 세금은 농토의 크기에 따라 정했어요. 매년 추수 때가 되면 성직자들은 농부들을 위해 기도하고 제사를 지내주는 대가로 일정한 세금을 거둬들였는데요. 성직자들은 세금을 거두기 위해 곡식이나 와인, 기름과 같이 일정한 부피나 무게가 나가는 물건들을 재기 위한 특별한 항아리를 가지고 있었답니다.

성직자들은 세금을 거두기 위해 매년 땅을 다시 측량하고 농장의 넓이를 정확하게 계산해 땅 주인들에게 농토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알려줘야 했습니다. 성직자들은 이 작업에 수학을 동원했는데, 밧줄을 가져와서 땅을 여러 개의 삼각형으로 나누고 삼각형의 넓이를 구해서 농토의 넓이를 구했답니다. 땅이 어떤 모양이든 여러 개의 삼각형으로 나누면 그 넓이를 쉽게 측량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고대 그리스 사상가 데모크리토스는 이집트의 수학자들을 '밧줄 측량사(rope-stretcher)'라고 불렀어요. 고대 이집트인들이 주로 삼각형 분할 방법으로 땅의 넓이를 구했기 때문에 '땅(geo)'과 '측량(metry)'이란 단어를 합해 기하학(geometry)이라고 부르게 됐죠.

이처럼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수학 실력이 뛰어났습니다. 기원전 1650년쯤 작성된 '린드 파피루스'에는 모두 85개의 수학 문제가 담겨 있는데, 고대 이집트인들의 수학 실력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광연 한서대 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