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28>출폐간상시(出肺肝相示)

bindol 2021. 10. 31. 04:41

出:날 출 肺: 허파 폐
肝:간 간 相:서로 상
示: 보일 시

 

친구 간의 진정한 우정을 나타내는 말로 ‘폐간상시’라고도 하며 간담상조(肝膽相照)와 같은 말이다. 복심상조(腹心相照), 기미상투(氣味相投), 심조신교(心照神交)라는 말과도 비슷한 뜻이다.

한유(韓愈·768∼825)는 당대의 뛰어난 문장가로서 그보다 다섯 살 어린 유종원(柳宗元)과 함께 고문운동(古文運動)을 이끌면서 ‘글로써 도를 실어야 한다(文以載道)’는 기치를 내걸고 복고(復古)와 숭유(崇儒)를 앞세워 척불(斥佛)을 외쳤다. 환관 출신의 그는 유가의 깊은 학문을 익혔고 어릴 때부터 총명하고 문장가로 명성이 자자했으며 환관 출신으로 일찌감치 진사에 급제하여 관직에 발을 들여놓은 유종원과 깊은 우정을 맺었다. 유종원은 순종(順宗)이 즉위한 뒤 왕숙문(王叔文) 등이 주도하는 정치 개혁에 적극 가담하였으나 당시 수구파와의 싸움에 밀려 소주자사(邵州刺史)로 폄적되고 다시 10년 동안 영주사마(永州司馬)로 좌천되어 이 기간에 천하의 명문을 많이 남기기도 했다. 42세에 유주자사(柳州刺史)로 거듭 좌천되어 5년 후에 세상을 떠난 유종원을 위해 한유는 ‘유자후묘지명(柳子厚墓誌銘)’이라는 글을 썼는데, 이 글에서 한유는 유종원의 가세(家世)와 생애, 교우관계와 문장의 풍모와 정치적 재능 등을 소상히 적었는데 바로 여기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아, 아! 선비란 곤궁할 때 비로소 절개와 의리를 보여준다. 이제 평상시에는 일도 없을 때는 서로 그리워하고 즐거워하며 연회석상에 놀러 다니며 서로 사양하고, 손을 잡고 폐와 간을 꺼내 서로 보여주며 하늘의 해를 가리켜 눈물을 흘리며 생사를 걸고 서로 배반하지 않는다고 맹세하니(握手出肺肝相示, 指天日涕泣, 誓生死不相背負) 정녕 믿을 만하다. 그러나 일단 머리카락 한 가닥만큼 작은 이해관계가 생기면 거들떠보지도 않고 마치 알지도 못하는 척한다. 함정에 빠져도 손을 뻗어 구해 주기는커녕 돌을 던지는 게 대부분이다.”

 

청대의 문학이론가 심덕잠(沈德潛)에게 묘지명 중 천추절창(千秋絶唱)이란 찬사를 들은 이 문장이 오늘날 지금 우리에게 더 와 닿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