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

[한자로 읽는 고전]<19>이목지신(移木之信)

bindol 2021. 10. 31. 04:50

移: 옮길 이 木: 나무 목
之: 어조사 지 信: 믿을 신

 

말로 신용을 지키는 것을 비유하며, 사목지신(徙木之信)이라고도 한다. 사기(史記) 상군 열전(商君列傳)에 상군이란 인물이 나온다. 이름은 앙(앙)이고 성은 공손(公孫)이다. 위(衛)나라 첩 출신의 왕족으로 젊어서부터 형명학(刑名學)을 좋아했다가 위(魏)나라의 재상 공숙좌(公叔座)를 섬기기도 했다. 진(秦)나라 효공(孝公)에게 모든 것을 걸고 변법을 내걸었다. 강력한 기득권의 반발은 예상한 바였으나, 백성들의 신뢰마저 없는 것이 문제였다. 상앙이 생각해 낸 묘책은 단순했다. 어느 날 그는 세 길 정도 되는 나무를 도성 저잣거리의 남쪽 문에 세우고 백성을 불러 모았다. 그러고는 이 나무를 북쪽 문으로 옮겨 놓는 자에게는 십금(十金)을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백성들은 이상히 여겨 그 누구도 옮기지 않았다. 그러자 다시 오십금을 주겠다고 했다. 누군가 나무를 옮겼고 상군은 그에게 돈을 주었다. 백성들은 그 뒤로는 상앙이 공표한 법을 믿게 되었다.

그러나 새로운 법령이 백성에게 시행된 지 1년 만에 진나라 백성 가운데 도성까지 올라와 새 법령이 불편하다고 호소하는 자가 1000명을 헤아릴 정도가 되자 효공은 개혁하려는 마음이 흔들렸다. 그러자 다시 상앙은 효공에게 “의심스러워하면서 행동하면 이름을 세울 수 없고, 의심스러워하면서 일을 하면 성공할 수 없다(疑行無名 疑事無功·사기상군열전)”고 하면서 소신을 발휘했다.

 

또 하나 있다. 태자가 법을 어기는 일이 발생했다. 상앙은 법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는 것은 위에서부터 이것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고는 법에 따라 태자를 처벌하려고 했다. 그러나 군주의 뒤를 이을 태자를 처벌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다고 그냥 지나칠 수도 없는 법. 결국 태자의 태부(太傅)로 있던 공자 건(虔)의 목을 베고 태사(太師)의 이마에 글자를 새기는 형벌을 내리는 것으로 대신했다.

 

법령이 시행된 지 10년이 되자, 길에 물건이 떨어져 있어도 주워 가지 않았으며, 도적도 없어지고 집집마다 풍족하며 사람들마다 마음이 넉넉해졌으며 모두들 신상필벌(信賞必罰)의 힘을 믿고 있었다.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