守: 지킬 수 株: 그루터기 주
待: 기다릴 대 兎: 토끼 토
원래 이 말은 노력하지 않고 요행(僥倖)을 바라는 심리를 말하는데, 오늘날에도 좁은 식견이나 경험만을 믿고 변통(變通)할 줄 모르는 사람, 옛것으로 오늘을 바라보려는 태도를 말한다.
“송(宋)나라 사람으로 밭을 가는 자가 있었다. 밭 가운데에는 그루터기가 있었는데, 토끼가 달려가다 그루터기에 부딪쳐 목이 부러져 죽었다. 그러자 농부는 쟁기를 놓고 그루터기를 지키며 다시 토끼를 얻기를 기다렸다. 토끼는 다시 얻을 수 없었으며 그 자신은 송나라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됐다. 지금 고대 제왕의 정치를 좇아 현재의 백성을 다스리려는 것은 모두 그루터기를 지키는 것과 유사한 것이다(宋人有耕田者. 田中有株 兎走觸株, 折頸而死. 因釋其(뇌,뢰)而守株, 冀復得兎. 兎不可復得, 而身爲宋國笑. 今欲以先王之政, 治當世之民, 皆守株之類也·한비자 오두·五두 편).”
‘수주대토(守株待兎)’는 ‘守’와 ‘待’자에 중점이 있으니 사람이 주도적인 노력을 하지 않고 의외의 성공만을 바라는 것으로, 각주구검(刻舟求劍·배에 칼자국을 새겨 칼을 찾다)이란 말과 유사한데 차이점은 분명하다. ‘각주구검’은 ‘刻’과 ‘求’에 편중돼 있으니 주도적인 노력은 했어도 상황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결과적으론 잘못된 방법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만일 변통할 줄 아는 농부라면 그루터기 옆에 몇 그루의 나무를 심어놓아 토끼가 쉽게 눈치 채지 못하게 하는 유연성을 발휘했을 것이다.
이 우화를 통해 한비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이렇다. 군주는 옛날 방식이나 영원불변한 규범만을 고집할 게 아니라 그 시대의 상황에 따라 적절한 방법인 법치(法治)를 통해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는 것이다. 상고 시대에나 가능했던 인치(人治)나 덕치(德治)를 고집하지 말고 법치에 입각해 법과 원칙에 따라 나라의 기강을 바로 세워 군주의 통치를 안정시키라는 메시지다.
우리도 가끔은 수기응변(隨機應變)하면서 견풍사타(見風使舵·바람을 보고 키를 부리다)의 유연한 사고로 과감히 제구포신(除舊布新·옛것을 버리고 새것을 펴다)의 결단을 발휘해 보도록 하자.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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